LA 다저스는 승리했으나 허약한 불펜과 허술한 수비가 또 다시 7승에 도전한 류현진(26)의 발목을 잡았다. 류현진은 7이닝동안 2점만을 내주는 호투로 최근 7연속 퀄리티 스타트(QS-선발투수로 6이닝이상 던지며 3자책점 이하 기록) 행진을 이어갔으나 불펜이 리드를 지켜주지 못하는 바람에 시즌 7승이 5회 연속 무산됐다.

29일 다저스테디엄에서 벌어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주말 4연전 시리즈 3차전 경기에서 다저스 선발로 나선 류현진은 7회까지 108개(스트라이크 66)의 공을 던지며 필리스 타선을 7안타 2실점으로 막아냈다. 필리스 2번타자 체이스 어틀리에게 1회와 3회 연타석 솔로홈런을 맞아 2점을 내줬으나 그 외엔 실점이 없었고 삼진 6개와 볼넷 3개를 기록했다. 마운드 상대인 필리스 에이스 클리프 리(7이닝 4안타 3실점 10삼진 3볼넷)에 전혀 밀리지 않은 쾌투였고 3-2로 앞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다.

하지만 다저스의 아킬레스건인 불펜은 이날도 류현진의 호투를 곧바로 승리로 직결시키지 못했다. 9회 마운드에 오른 클로저 켄리 잰슨은 선두 마이클 영에게 우전안타를 맞았고 설상가상으로 라이트필더 야시엘 푸이그가 타구를 뒤로 빠뜨려 곧바로 무사 2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어틀리의 2루 땅볼로 1사 3루가 된 상황에서 잰슨은 지미 롤린스를 얕은 센터플라이로 유도해 투아웃을 잡았으나 센터필더 맷 켐프가 홈에 악송구를 하면서 3루 주자 영이 홈인, 3-3 동점이 돼 류현진의 승리기록이 날아가고 말았다. 타구가 깊지 않아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켐프의 송구는 1루 쪽으로 치우쳤고 그 틈에 영이 홈을 파고들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다행히 다저스는 9회말 이날의 타격 영웅 핸리 라미레스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1사후 안드레 이티어의 포볼로 2루까지 진루하고 이어 A.J. 엘리스의 우전 적시타로 홈을 밟아 짜릿한 4-3 승리를 따냈다. 라미레스는 1회말 1사 1, 2루에서 리의 초구 체인지업을 두들겨 센터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장쾌한 스리런홈런을 뽑아내 다저스에 3-1 리드를 안기는 등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의 맹위를 떨쳤다. 또 4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 투수 앞 병살타를 때려 절호의 찬스를 무산시켰던 엘리스는 이 끝내기 결승타로 빚을 갚는데 성공했다.

좌타자인 어틀리에 내준 두 개의 솔로홈런을 빼면 흠잡을 데 없는 쾌투였다. 어틀리는 1회초 류현진의 시속 76마일짜리 커브가 한복판에 걸리자 이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라이트펜스를 넘겼고 3회엔 류현진의 89마일짜리 직구를 끌어당겨 역시 라이트펜스를 넘겼다. 하지만 류현진은 6회까지 매 이닝 안타를 맞으면서도 삼진 6개와 한 개의 병살타를 곁들여 필리스 타선을 추가 실점없이 틀어막았고 7회엔 이날 첫 퍼펙트 이닝을 기록하며 선발등판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시즌 16번째 출격에서 7연속이자 13번째 퀄리티 스타트였다.

하지만 다저스 불펜과 수비는 끝내 9회초 류현진의 승리기록을 지켜주지 못했고 류현진은 팀 승리와 함께 방어율은 2.83(종전 2.85)으로 낮춘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이로써 류현진은 6월 중에 나선 5차례 등판에서 방어율 2.70의 호투에도 불구, 단 1승도 없이 1패만을 안고 6월을 빈손으로 보내고 말았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