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불 여행중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이 고장 음식이다. 최고의 오성급 레스토랑이 서로 경쟁하듯 꼬뜨 다쥐르 곳곳에 셀 수 없으며 조그마한 비스트로의 시골 음식이나 길거리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조차 모두 맛있다. 이곳에선 바다 내음을 숨쉬는 일이나 프로방스 향기로 찬 금빛 바람에 눈을 감고 잠깐 조는 일이나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나 모두 인생과 연애를 하는 것 같다.
잊을 수 없는 맛 중에서 지중해에서 갓 따오는 해물의 맛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해물은 불어로 fruits de mer(바다의 과일들)라 하며 조개 및 어패류를 ‘꼬끼야쥬 에 크뤼스따쎄’(coquillage et crustacé)라 한다. 허기가 도는 저녁 시간이 되면 앙띠브에 있는 조그마한 전문 식당, ‘오베르쥬 프로방쌀((l’Auberge provençale)’이나 ‘룩생(l’Oursin)’, 혹은 쥬앙 레뺑에 있는 ‘페스티발 르 그릴’에 가서 Seafood Platter(Plateau de Fruits de Mer)를 시킨다. 사층, 오층으로 된 쟁반에 얼음을 채운 위에다 신선하기 비할데 없는 생굴을 맨 윗칸에, 그 밑에는 큰 조개들--끌람(clams), 작은 조개들--아망드(amandes), 그리고 새우들, 그 밑엔 속이 꽉찬 바닷게와 랑구스띤이라 부르는 가재가 모두 초고속으로 살짝 스팀으로 쐬기만 한듯 거의 생것처럼 바다 내음이 물씬한 채 서브된다.
미국의 성게알 sea urchin은 노란 생크림처럼 생겼지만 남불의 성게알은 밤톨 같은 껍데기 속에 붙어있는 주홍색 살인데 꼬들꼬들하고 구수하다. 대합의 살은 내 혀만한 크기로 입에 꽉차며 달콤하다. 정성껏 손질한 덕에 한번도 모래가 씹힌 적이 없고 모든 해물에 소스도 치지 않고 레몬즙만 뿌려 백포도주와 함께 본래의 맛을 최대한 음미한다.
기아로 죽어가는 인류가 있는데 웬 긴 음식 타령이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 이런 분들께 ‘바베뜨의 만찬’(La Fête de Babette)이란 영화를 보시도록 권하고 싶다. 나는 이 영화의 음식에 대한 재치있는 해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의 경우, 경이로운 경험, 아름다운 장소가 그곳 음식을 깊이 음미함으로서 내것으로 소유된다. 가장 겸허한 것은 경이로움 속에서 사는 일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