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친한 친구가 있었다. 학교 입학하자마자 친해져서 항상 같이 붙어 다녔다. 조별 과제할 때는 물론이고 같은 동아리 활동에 여러모로 마음이 맞는 친구였다. 가끔 서로 할 이야기가 너무 많으면 아예 학교에서부터 집까지 몇 정거장 되는 거리를 걸어가면서 두세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학교 수업이야기서부터 남자친구 이야기까지 우리가 나눌 이야깃거리는 언제나 차고 넘쳤다. 이십대 초반은 그 친구랑 노느라고 연애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좋은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 친구랑 삐걱대기 시작했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이유로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크게 싸웠던 것도 아닌데 흔히 말하는 성격차이였을까? 나는 나대로 서운했고 그 친구는 또 그 친구대로 나한테 서운해했다. 대학교 졸업반 무렵에는 거의 형식적인 인사정도 오고가는 사이로 변해 있었고 서로의 결혼식은 오고 가는 허울만 있는 관계로 우리는 남았다. 그리고 내가 미국으로 떠나오자 그 나마 유지해오던 관계도 멀어지게 됐다.
몇 년이 지나서도 그 친구를 생각할 때면 ‘지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그렇게 친했었는데…’ 늘 이런 심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난 후 어느 날, 그 친구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떠오리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친구랑 관계된 기억들, 다른 친구 이름들을 하나 둘 떠올린 끝에 겨우 그 친구 이름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나자 갑자기 모든 게 허무해졌다. 내가 몇 년이나 서운하고 미운 감정으로 붙들고 있던 친군데 그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우스웠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친구를 미워한다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 그때 알았다. 내가 알고 있던 미워했든 이유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별 대단한 것도 아니었나 보다.
나는 미움이란 감정을 방부제처럼 온갖 방법으로 곱씹으며 내 안에 통조림처럼 만들어 한쪽 구석에 놔두고 있다가 결국 잊어버린 것이다. 결국 그렇게 미움의 유통기한만 늘린 셈이다. 싸워도 하루가 지나기 전에 화해하라는 말은 그래서 진리인 가 보다. 그저 미움은 하루로 족하니까. 다시 그 친구한테 연락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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