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카우보이땅 텍사스에서 나의 이민생활은 생경스럽게 시작되었다. 내가 사는 집에 이웃하고 있던 어느 소녀가 철조망으로 된 담장에 기대서서 평화롭게 개 한 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민 첫날, 집 뒷마당에 있었는데 그 소녀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었다.
너무나도 초롱하고 투명한 녹색눈이었다. 처음으로 마주한 그 이국소녀의 아름다운 눈속으로 내 몸과 영혼은 쏙 빨려 들어갔었다. 미국에 오기 전에 부지런히 영어회화 학원을 다녔으나 언어의 장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미국에 와서도 영어를 배울 겸 학교에 등록하고 다니는데, 누구나 그렇듯이 나에게도 이민초기에 겪는 향수병이 피어올랐다. 한국에서 가져와 심어놓은 채송화씨가 무럭무럭 자라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며 나는 향수를 달랬고 그즈음 ‘채송화’라는 제목으로 시를 썼던 기억이 난다.
나의 삶을 은근과 끈기를 갖고 연연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내용이었고 그 시처럼 열심히 살아오고 있는 중이다. 나의 이민생활은 이처럼 녹색눈 이국소녀의 눈을 통해 미국을 보며 채송화 꽃에서 한국의 정취를 느끼면서 동서양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서서히 여물어가기 시작했다. 그후 필연과 우연이 날줄과 씨줄로 엮여져 현재의 남편과 결혼해, 이곳 샌프란시스코 지역으로 이주해왔다. 이주 후 몇 년이 지난 어느날, 방안에서 들려오는 영어강의 소리가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가만히 들어보니 여섯살짜리 딸아이가 할아버지께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도무지 할아버지는 손녀아이의 발음을 제대로 흉내를 내지 못하였다. 손녀아이는 그런데도 차분히 발음교정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어른이 되어 굳어버린 혀일지라도 열심히 발음연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녹색눈 소녀와 같은 원어민 수준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발전이 있음을 체감하게 되고 차차 외국생활이 쉬워지며 재미가 더해짐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본다. 언어에는 정도가 없고 꾸준한 노력만이 해결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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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티 리씨는 RN Medical Case Manager로 환자의 건강관리를 담당하고 있고, 저서로는 ‘캐티 리의 병원영어회화 첫걸음’과 ‘즉석병원영어회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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