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라는 설치예술가가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큼직한 상징물이란 상징물은 모두 붕대로 친친 감아버리는 괴상한 미적 감각내지 철학을 갖고 있는 자다. 뽕뇌프 다리도 감고 베를린의 국회 의사당도 감고 시드니의 어느 해안가에서도 그 부근의자연을 온통 감아 버렸다. L.A.와 도쿄의 외곽에는 무지무지 큰 크기의우산을 여럿 설치하기도 하고 센트랄파크엔 수많은 깃발이 늘어져있는 문을 만들기도 했다.
얼마 전 리빙룸에 있는 책장 세개를 베드룸으로 옮기면서 움직이기 싫어 짜증이 났는데 그럴 때마다 대형의 설치 예술이나 행위 예술을 하는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 큰 프로젝트를,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해체해 버리고 말 일을 그 시간과 힘과돈을 들여 하게하 는 힘은 무엇일까. 시간과 힘과돈도 문제이지만 그런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 수있는 능력 또한 불가사의 하다.
내가 처음으로 돈 내고 빌려 처음부터 끝까지 본 드라마가 모래시계였다. 젊은 이들이 정치적, 사회적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 하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그 드라마를만든 이가 하루 만 오천원 하는 쪽방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고 자살했단다. 반고호니 로트코 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동안 하도 많은 이들이 자살로 인생을 끝내는 걸 보며 세찬 겨울 바람에 우수수 낙엽 떨어지는 것과도 같은 스산함을 느낀다.
돌아보면 정말로 많은 이가 그런식으로 이별을 고했다. 예술이란 도대체 인간에게 무엇인 걸까. 가족과안정된 직업과 사회적 연계고리를 하루 아침에 무자비하게 끊어버리고 거렁뱅이 화가 나부랭이의 삶의 길로저벅저벅 걸어 들어 갔던 고갱하며..
인간은 늘 남의 맘에 들고 싶어 한다.
그것 때문에 사회의 규범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으며 그것 때문에성공과 지위와 타협한다. 얼마나 많은 화가 지망생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비평가의 눈치를 보며, 돈 있는 고객이 자신의 그림을 맘에 들어 해 구입해 주기를 얼마나 간절히 갈망하는가. 그 갈망이 절절해 행여 남의 눈에서 벗어나게 될까 두려워 자신의색을 못내고 범속하고 진부한 그림만을 반복해 복사해 내며 자신과 타인을 속이고 세월을 낭비하는 많은 화가들. 그런데 간혹 평범한 남자가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서 헐크로 변신하는 것처럼 예술로 인해 한인생이 죽음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어쩌면 예술이란 사람의 인생을제물로 삼는 끔찍히게 무서운, 불가사의 한 힘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도 간혹 행운의 여신이 품에 안고 얼르듯 재물과 명성을 다 얻고 행복하게 작품 생활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바르셀로나를자신의 작품으로 도배했던 가우디. 하긴그도 트램에 치 는사고로 죽음 당했을때 병원에서는 그의 허름한 행색 때문에 홈리스 인줄 알았다 한다. 물론 오해를 받을 만한 행색때문에 그가 불행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무튼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과는 다른기준을 갖게 하는 게 예술 하는 사람들의 삶인 것 같다.
어떤 삶도 ‘그런 척’으로 살아지지는 않는다. 천재인척, 예술에 미친 척한다고 해서 진짜 예술가가 되는 건아니다. 물론 옆에서 보기엔 전혀 아닌데도 본인은 철썩 같이 자신의 천재성과 순수한 열정을 믿기도 한다.
그리고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지, 누구의 평가가 맞고 누구의 평가가 틀린지 세월이외엔 아무도 모른다. 마네가 당한 수모, 고호의 절망,고갱의 도피, 로트코의 우울, 폴락의광기...
김종학 PD의 죽음을 보며 다시 한번 예술이 무섭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느 한 인생을 택해 그 무거운값을 치루게 하는 예술이라는 이름의 광포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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