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본 영화 중에서 “구름 속의 산책”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서 영화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공이 포도밭에 내려앉은 구름 속을 산책하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하늘의 멋진 구름을 볼 때면 영화의 그 멋진 장면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구름 속을 산책하는 그림을 그려보곤 한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루에 하늘을 몇번 보고 살까? 아마도 한 번, 두 번 혹은 한번도 보지 않고 지내는 날이 많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 역시 하늘의 아름다운 구름 한번 보지 않고 종일을 지낼 때가 자주 있다.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 삶에 묻혀 살고 있는 나를 자각할 때면 나는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며 파란 하늘에 떠있는 구름 구경을 하곤 한다. 캘리포니아의 하늘은 한국의 가을 하늘처럼 정말 파랗고 예쁘다. 그 파란 하늘에 둥실둥실 떠가는 하얀 뭉게구름은 한 폭의 그림이다.
그 순간 나만이 볼 수 있는 걸작품을 감상하며 그 구름 속을 산책하며 삶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지난달 가족 여행 중에 I-80 하이웨이를 타고 네바다주 한가운데를 달릴 때였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 그리고 그 밑으로 보이는 사막 기후의 황토빛 들판과 돌산들 그리고 꾸물꾸물 그 위를 지나가는 검은 그림자, 이런 아름다운 자연의 걸작을 바라보고 감탄하며 구름 속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다 이상한 모양을 한 구름을 보며 “이 구름의 그림자가 이 그림자인가 봐” 하고 말하자 옆에서 운전하던 남편이 “아니 저거인데”라고 말했다. 그렇다. 내가 보고 있는 구름과 그림자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리고 계속 바람을 타고 이동하며 변화하고 있는 구름이기에 어떤 것이 어느 것의 그림자인지 잘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쉽게 매치시키지 못하는 구름과 그 그림자를 보며 생각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람들을 보며 판단하고 있지 않는지…… 비춰진 그 사람의 그림자만을 보고 멀리 있는 그 사람을 판단하고 있지 않는지……변화무쌍한 구름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단순히 그들의 그림자만을 보고 단순하게 판단하며 살지 않는지 생각해보았다. 구름 속의 산책에서 구름과 함께 걷고 있는 멋진 주인공의 모습처럼 이제 멀리서 그림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서로의 삶을 알아가는 구름 속의 산책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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