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에게 있어 인격적인 결함은 그들의 예술을 보다 흥미롭게 만드는, 개성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고호의 정신병… 고독을 빼고 고호의 그림을 논할 수 있을까? 베토벤은 귀머거리였고 성격 결함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한다. 모차르트는 경박했고, 바그너는 속물이었다. 차이코프스키는 게이였고 푸르트벵글러는 나치에 협조했다. 카라얀의 상술… 번스타인의 쇼맨십… 이런 것들을 빼고 과연 그들의 예술을 논할 수 있을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1급 사운드를 동경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베를린 필 하모니, 뉴욕 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생각만해도 가슴설레는 앙상블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이 정상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위대한 지휘자들의 공로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이 낳은 클래식 아이콘…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사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레너드 번스타인 하면 뉴욕필, 뉴욕필하면 번스타인이었다. 60,70년대 미국의 클래식계는 번스타인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번스타인이 떠난 뒤 뉴욕필의 처지를 보면 알 수 있게 된다. 번스타인이 떠난 뒤(1980년) 뉴욕필은 더 이상 뉴욕필이 아니었다.
쥬빈 메타 등이 지휘봉을 물려받은 이후, 시카고, 클리블랜드 등을 제치고 뉴욕필을 먼저 꼽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오케스트라의 창의력, 앙상블, 활동, 음반 등을 종합해 볼 때 뉴욕필은 그 어느 부문에도 정상에 끼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LA 필 만큼도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번스타인의 시절은 그 반대였다. 새시대, 새 음악의 기수로서 당시만 해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말러등을 세상에 알렸고, 코플랜드 등 현대 음악은 물론 번스타인의 애너지와 함께 최고의 앙상블… 황금기를 구가했다. 아마도… 조지 셸의 클리블랜드(오케스트라)를 제외하고 미국내에서 뉴욕필을 넘볼 수 있는 오케스트라는 없었을 것이다.
번스타인은 왜 그처럼 유명해졌을까? 아마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껑충껑충 날뛰는 지휘 스타일을 가리켜 유럽에서는‘날뛰는 원숭이’라고 빈정댔다고 한다. 음악에 도취…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지휘자라기보다는 마치 배우같다. 레너드 번스타인을 처음 만난 것은 청소년 시기에 구입했던 음반‘베토벤의 교향곡 3번’을 통해서였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같았다고나할까. 마치 유행병처럼, 누가누가 유명하다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풍조… 클래식에도 카라얀이나 번스타인처럼 미끈한 외모… 상술이 필요한 것일까? 어딘가 클래식다운… 묵은 와인 향기보다는 샴페인이나 콜카콜라 같았다. 미끈한 외모에다 (여)배우하고 뻐기듯 살았던 번스타인이라는 인물과 클래식의 이미지는 과연 어느 정도 어울렸을까? 유럽의 보수주의자들은 번스타인을 원숭이로 빗댔지만 번스타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고한다. 음악에 몰입, 미친듯이 지휘봉을 휘두르기도 하고 원숭이처럼 껑충껑충 뛰기도 했는데 어디까지가 쇼맨십이고, 음악 사랑의 진심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무튼 작곡가의 의중을 파헤치는 있어서 만큼은 불세출의 귀재였던 번스타인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마다 최상을 사운드를 들려주며 예술가로서의 존재가치를 과시했다. 그러나 번스타인은 사실 두 개의 가치관 사이에서 늘 혼동했던 성격장애자였다.
피아니스트이자 동시에 작곡가, 음악 평론가였던 번스타인이 칠레의 여배우와 결혼했을 때 그는 게이였다. 동성연애자이면서도 양성을 즐겼던 그는 자본주의 사회(미국) 속의 사상적인 좌파(공산주의)이자 레닌의 친구‘존 리드 소사이어티’에 가입, 블랙 리스트에 오르기 까지했다. 그러나 찌질하게 반성문을 썼고, 면죄부를 받았으며‘리무진 좌파’로서의 양면성… 동성과 이성을 오가며 혼란해했던 야누스적인 딜레마는 오히려 예술에 있어 열정과 창의력으로 분출, 세기의 명연주… 수많은 명반을 남기게 된 것은 예술과 그 예술을 낳는 사람은 다르다는, 역사의 아이러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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