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건강·이해 정보 부족
▶ 치료시기 놓쳐 증세 악화
아들의 게임중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건강상담센터를 찾은 한인 정모(43)씨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청소년 임상심리학자가 아들이 게임중독에 빠진 원인이 우울증이라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단순한 게임 중독문제라고만 여겼지 아이가 우울증에 걸렸는지는 생각도 못했다”며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LA의 한인 고교생 신모(16)군은 반년 넘게 정신건강센터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자살을 시도한 후 병원에 실려 간 뒤 정신건강 치료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군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상담사는 “신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정폭력으로 인한 부모의 이혼 문제로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밝혀졌다”며 “수개월에 걸친 상담치료로 신군은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우는 등 많이 호전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인 10대 청소년과 대학생 등 비성인 연령층에서도 우울증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렸을 때 부모와 함께 이민을 온 1.5세 청소년들의 경우 이민사회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질병관리센터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관련 설문에서 슬픔이나 절망적인 감정을 2주 이상 지속적으로 느낀다고 답한 학생들이 29%로 나타나 10명 중 3명 꼴이었다. 이는 전체 평균 28%보다 약간 높은 것이다.
또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른 인종 학생군은 16%가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한 반면 19%의 아시아계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들 중 약 4%는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우울증 문제는 부모와 가정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인 정신건강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개 청소년 우울증 원인에는 ▲과도한 학업성적 스트레스 및 명문대학 진학 압박 ▲부모와 자녀 간 갈등 ▲부모와 자녀 간 문화 적응속도 차이 ▲가정불화 및 폭력문제 ▲왕따 등 원만하지 못한 교우관계 ▲소질 및 적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한인가정상담소 오미숙 인성상담 디렉터는 “이민이라는 특수한 요소 때문에 이민가정에서는 보통 부모와 자녀의 역할이 바뀌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정신건강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잘못된 정보도 청소년들의 우울증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렌지카운티 정신건강센터의 아동·청소년 임상심리학자 근호 키프 박사는 “1세대가 대부분은 한인의 경우 정신건강에 이해와 정보가 부족해 자녀들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의 경우 초등학생 때부터 겪어온 경우가 대부분인데 부모가 이를 간과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키프 박사에 따르면 자녀가 우울증에 걸리면 ▲잦은 짜증과 분노 표출 ▲학업성적 하락 ▲좋아하던 일 피함 ▲몸무게와 식욕의 갑작스러운 변화 ▲대인관계 기피 ▲불면증 또는 급격한 수면시간 증가 등이 있다. 이외에도 우울증에 걸린 남학생의 경우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에 빠지고 여학생은 친한 친구와 노는 것을 피하게 되는 대표적인 증상이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약물이나 알콜중독 또는 자해행위,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녀와 부모가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시간을 늘리고, 무조건 좋은 학업 성적이나 명문대학 입학을 강요하기보다는 부모는 자녀에게 좀 더 많은 칭찬을 하고 자녀가 가진 소질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청소년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조언했다.
<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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