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낮 무차별 총격…30대 한인 여성 총상 입고 인질로 잡혀 있다 숨져
▶ 59명 사망, 175명 부상…외국인 사망자 속출�한국인 다수 탈출
21일(현지시간)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서 무장괴한들의 총기난사 인질극이 벌어진 가운데 손님들이 엉금엉금 기면서 쇼핑몰 밖으로 빠져 나오고 있다. 왼편 아랫쪽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
케냐 나이로비 테러로 숨진 강문희씨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대형 쇼핑몰에서 21일(현지시간)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들의 테러공격으로 한인 여성 1명을 포함, 60명 가까운 인명이 숨지고 175명 가량이 부상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테러 인질극으로 한인 여성 강문희(38)씨도 희생됐다. 당초 연락두절 상태였던 한국인 여대생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테러범들이 사건 발생 만 하루가 지난 현재까지 쇼핑몰 안에서 인질 수십명을 붙잡고 케냐 군경과 총격을 주고받으며 대치하고 있는데다 현장에서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고 중상자도 상당수여서 사망자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말 한낮 쇼핑몰서 무차별 총격…수십명 붙잡고 인질극 계속
케냐 정부 발표와 목격자 증언 등에 따르면 21일 정오께 나이로비 웨스트랜드 지역에 있는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 무장괴한 1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쇼핑·식사를 즐기거나 어린이 대상 이벤트에 참여하며 한가로운 주말을 보내던 방문객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졌다.
목격자들은 AK-소총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하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 괴한이 쇼핑몰에 난입했으며 ‘무슬림은 살려주겠으니 밖으로 나가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또 이들 괴한은 아랍어 또는 소말리아어인 듯한 외국어를 썼고 쇼핑객 다수를 처형하듯 사살했다고 또 다른 목격자는 증언했다.
테러 직후 현장에 출동한 케냐 군경은 총격 끝에 해당 쇼핑몰을 장악하고 괴한들을 1층의 한 대형 슈퍼마켓 안으로 몰아 넣었지만, 이들이 민간인 수십 명이 인질로 잡혀 있어 진압이 지연되고 있다.
정확한 인질 규모는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CNN은 최소 36명이 억류돼 있다고 보도했다.
조셉 올레 렌쿠 내무부 장관은 현지 방송 KBC와의 인터뷰에서 "테러 발생으로 쇼핑몰에 있다가 탈출한 인원이 1천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들도 케냐 군경과 함께 진압 작전에 동참하고 있다고 AFP는 덧붙였다. 이 쇼핑몰은 이스라엘인 소유로 내부에 유대인이 운영하는 상점이 많은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테러의 배후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단체 ‘알 샤바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는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케냐가 소말리아에 병력을 파병한 데 대한 보복으로 비무슬림을 상대로 이번 공격을 자행했다고 주장하며 케냐 정부와 협상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여성 1명 총상 입고 숨져…59명 사망·175명 부상
이번 테러에 따른 사상자는 한인 30대 여성 사망자 1명을 포함해 230명을 넘어서고 있다.
케냐 정부는 22일 현재 파악된 사망자 수가 59명에 부상자는 175명이라고 밝혔다.
앞서 케냐 적십자사는 사망자 48명·부상자는 200명 이상으로 파악했다.
당초 정부는 괴한 1명과 경찰 2명, 어린이 다수 등 사망자 39명에 부상자 150명으로 집계했으나 현장과 병원 등에서 추가 희생자가 보고되면서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인 여성 강문희씨가 사망한 사실도 22일 확인됐다.
영국인 남편 닐 사빌씨와 함께 쇼핑몰을 방문한 강씨는 괴한들이 쏜 총탄과 수류탄 파편에 맞아 왼쪽 다리와 등을 크게 다친 채 억류돼 있다가 수시간만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케냐 동포사회 소식통들이 전했다.
주케냐 한국 대사관은 사건 직후 강씨의 남편으로부터 강씨가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고 신변을 수소문했으나 당시에는 사망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다 강씨가 한 달 정도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김모씨가 이날 시체보관소에서 시신을 직접 보고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강씨의 시신은 왼쪽 다리에 총탄과 수류탄 파편 흔적으로 보이는 구멍이 3군데가량 나 있었고, 등과 손가락 등에도 수류탄 파편이 박혀 있는 등 피투성이였으나 얼굴은 식별 가능한 상태였다고 김씨는 전했다.
강씨의 남편 사빌씨는 어깨와 다리 등에 3군데 총상을 입고 시내 아가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강씨는 컨설팅 업체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지난 5월 나이로비에 왔으며 결혼 후에도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교민사회 소식통과 케냐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전했다.
주케냐 한국대사관, 케냐 한인회 등은 한국의 강씨 가족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장례 절차 등을 논의 중이다.
◇한인들 극적 탈출…외국인 피해자 다수
웨스트랜드 지역에는 우리 교민이 많이 거주하고 주케냐 한국대사관도 있어 한국인 추가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한국대사관에서는 인질 중에 한인이 더 포함돼 있는지 등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당초 나이로비를 방문 중이던 한국인 여대생 이모양이 테러 직후부터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려져 교민들 사이에서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나이로비가 아닌 지방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이로비에서 외국인학교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 L양(16)은 이날 친구 생일을 맞아 쇼핑몰을 찾았다가 테러 발생 직후 친구 가족과 함께 2층 영화관의 영사실로 몸을 숨긴 끝에 가까스로 탈출했다.
L양은 영사실에서 빛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모든 창문을 밀봉하고 숨어 있었으며, 밖에서 문자메시지를 통해 어머니가 전해 주는 상황을 접할 수 있었다.
L양은 "범인들을 피해 숨어 있었던 4시간이 현실같지 않아 아무 감정이 일지 않았지만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을 때 비로소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케냐 당국은 언론에 희생자들의 정확한 신원을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외국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캐나다 정부는 각각 이번 사건으로 자국민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캐나다인 사망자 중에는 외교관 1명도 포함됐다.
나이로비의 한 영안실 관계자는 AP통신에 "도착한 시신들은 주로 아프리카, 아시아인, 그리고 백인들"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도 복수의 자국민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무고한 시민에 대한 ‘비열한 테러 공격’을 가장 강력한 단어로 규탄하고 유족들에 애도를 표한다"면서 케냐 정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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