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고요한 밤을 가르며 살포시 가을을 재촉하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고요 속에 정적을 깨는 그 소리가 무척 정겨웠다. 연약한 작은 빗줄기가 유리창을 두드리며 자아내는 그 낭만스런 무드는 나로 하여금 불현듯 나의 오랜 옛친구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나는 그 친구를 비오는 날 텍사스에 있는 어느 공원에서 만났다. 친구는 한국에 있을 때 자기 전공인 보육과에 걸맞게 고아들을 잘 돌보았다고 하며 나에게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었다. 그 사진 중 하나는 침대도 없이 마룻바닥을 침대삼아 모두 한줄로 누워 얽혀서 자고 있는 고아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친구는 그런 애잔한 모습도 무척 아름답다고 표현을 하여 나를 의아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부모 없는 고아를 사랑하던 친구는 팔남매의 막내로 부모형제를 떠나 먼 이곳 미국땅에서 고아 아닌 고아처럼 살고 있던 새댁 시절 첫해, 비오는 날에 나를 만난 것이다. 그녀는 참으로 우연스럽게도 그런 고아들을 돌보다가 부유한 전통 미국가정의 여덟 형제 중의 장남을 만나 한국에서 결혼을 했다.
모든 시댁 식구들이 동부에 있는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한 대학을 다녔다고 하니 미국 터줏대감 집안이었나보다. 이런 집안에 동양 며느리가 되어서 지내기란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친구의 시부모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이 동양 며느리에게 보이는 지극한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그 이후부터 비가 내리면 항상 그 친구와 지내던 미국생활 초년시절이 생각났다.
고요 속에 들려오는 빗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두드릴 때 우리는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어지러운 세상살이에서 자연이 주는 또하나의 미묘한 맛이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밤을 음미하면서 눈을 살짝 감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소리를 감상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일상생활의 과제를 내려놓고 마음을 쓰다듬으며 근육의 긴장을 풀고 자연의 은은한 소리를 들어보자. 가을비처럼 자연이 들려주는 자장가 소리보다 더 좋은 수면제가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생각해본다. 자연은 우리를 가슴으로 안는 포근한 엄마의 품과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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