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러 무비’제작자 제이슨 블럼의 성공기
▶ “꿩 잡는 게 매다.” 저가 공포영화로 돈을 쓸어 모은 영화제작자 제이슨 블럼(44)의 지론이다. 지난 5년간 블럼은 2,700만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해 8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며 11억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제작비 대비 수익률로는 할리웃 감독 가운데 최고 클래스에 해당한다.
워낙 저예산 투입 흥행부담 낮고 비디오 수입‘짭짤’
사전 합의된 수익배분 방식으로 유명배우도 캐스팅
5년 간 2,700만달러 들여 8편 제작, 11억달러나 벌어
영화광이라면 그가 제작한 작품 가운데 두어 편은 보았을 것이다. 대표작으로는 ‘Paranormal Activity’ ‘Sinister’와 ‘The Purge’ 등이 꼽힌다.
그는 흥행작의 속편을 만들어 쏠쏠히 재미를 본다. 일반적으로 호로 무비는 제작비가 그리 비싸지 않다. 더구나 한 번 썼던 소품과 세팅까지 재활용하면 경비를 더욱 끌어내릴 수 있다. 블럼이 제작비를 낮추는 비결이다. 전 편의 성공 탓에 고정 관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예로 그는 전편에서 대박을 터뜨린 ‘Insidious’의 속편 ‘인시디어스: 챕터 2’를 만들어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500만달러의 투자로 1억1,650만달러의 박스 오피스 성적을 올렸으니 다른 제작사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다.
할리웃의 고민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제작비다. 주된 이유는 A급 스타와 감독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기 때문이다.
흥행성공을 기대하려면 탑스타는 아니더라도 얼굴이 알려진 연기파 배우를 주인공으로 기용해야 한다.
관객은 B급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아무리 구성력이 뛰어난, 잘 만든 영화라 하더라도 관객이 들지 않으면 실패작이다.
블룸은 지명도 높은 배우와 스태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익분할을 전제한 최저 임금제를 도입했다. 일종의 성과급 제도다.
배우와 감독은 낮은 수준의 보수로 영화제작에 참여한 후 사전 합의된 비율로 흥행수익을 배정받는다.
흥행성적에 관계없이 배우와 감독에게 계약금을 지급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완연히 다르다.
할리웃 제작사라면 누구나 시도하고 싶은 제도지만, 몸값 비싼 영화판의 스타들은 흥행성공에 대한 확신 없이 참여하려 들지 않는다.
블럼은 ‘미다스의 손’을 지닌 제작자로 통하지만 그가 만든 모든 작품이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을 비롯,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이름값을 높인 캐더린 하드윅을 기용해 만든 영화 ‘플러시’(Plush)는 2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으나 흥행수입은 고작 3,080달러에 그쳤다.
유료 관객이 거의 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입장권 판매 면에서 보면 참담한 실패다.
그러나 글로벌 유료 비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수요 증가로 입장권 판매에서 적자를 낸 영화의 제작비 회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워낙 투자액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비디오 대여수입으로 얼마든지 흥행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일부 실패작은 비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수입으로 배급사에게 수익을 안겨주기도 한다.
블룸이 만든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영화는 톡톡 튀는 카메라 웍과 감시카메라 스타일의 비디오에 의지해 관객을 사로잡는다.
핸드폰 카메라와 리얼리티 TV, 유튜브를 보며 성장한 고객들에게 딱 들어맞는 컨셉이다.
공포영화의 주된 관객은 흑인과 히스패닉이다. 최근 북미주 박스오피스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유독 공포영화만은 선전했다. 수입은 백인에 비해 낮지만 이들의 씀씀이는 결코 적지 않다.
할리웃에서 블룸은 질시의 대상이다.
특히 흥행실패에 따른 천문학적 손실로 속앓이를 하는 대형 스튜디오들은 그의 성공신화를 배 아파한다.
대형 스튜디오의 전략은 블룸과는 정반대다. 엄청난 제작비가 드는 초대작에 승부 거는 추세다,물론 승률은 그리 높지 않다.
블락버스터 무비인 ‘R.I.P.D’가 대표적 예다. 들어간 돈이 워낙 많다보니 제작비 건지기가 쉽지 않다. 흥행에 실패하면 스튜디오가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된다.
주변의 시기에 아랑 곳 없이 블룸하우스는 기세를 올리고 있다. 현재 6편의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Paranormal Activity: The Marked Ones’가 내년 1월3일 팬을 만난다.
크리스 파인과 제시카 알바를 비롯, 탑 스타를 기용한 ‘Stretch’는 블룸하우스가 만든 코미디 영화로 3월 전국의 극장가에 간판을 건다. 블룸은 스트레치로 코미디 장르에서의 입지확대를 노린다.
이외에 영화 한 편이 제작되고 있고, 5편은 막판 촬영이 진행 중이다. 또한 기획단계 혹은 제작의 여러 단계에 위치한 작품만도 20편에 달한다.
이 정도로 판을 크게 벌인 제작사라면 직원의 수가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블룸하우스의 직원은 15명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인원으로 잘 나가는 제작사를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은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하려드는 이른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배제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치는 ‘통 큰 관리’가 인력절감의 비결이다.
전문가들의 작업에 ‘배 놔라, 감 놔라’ 시시콜콜하게 간섭하려 드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불룸은 캐스팅할 때 저평가 된 배우들에 초점을 맞춘다. 탁월한 연기력을 지녔지만 출연료 면에서 탑 A급 대우를 받지 못하는 제니퍼 로페즈, 로즈 번 등이 그의 주된 캐스팅 후보다.
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짧은 저예산 영화의 특성을 살려 다른 영화 출연 사이사이에 이들을 끌어들인다. 이름 값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는 배우들은 새로운 ‘주류 영화’ 제의가 들어오기 전에 4주가량 촬영에 응해 최고 100만달러 정도를 받을 수 있으니 나름대로 수지맞는 장사다.
불룸의 성공은 변화된 제작 환경의 틈새를 파고든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공룡화 된 영화 산업계에서 대형 제작사들의 손이 닿지 않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발 빠른 대응이 성공의 공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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