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외로 복잡한 의미 갖는 ‘입맞춤’
▶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 가운데 정말 좋아서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너무 좋아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지치지도 않고 되풀이하는‘짓’이다. 바로 입맞춤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리 입맞춤을 좋아하는 것일까. 학자들은 가끔씩 쓸데없는 일을 알고 싶어 한다.
키스가 잠재적‘짝’을 평가하고 그와의 관계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적 결합 위한 준비단계’라는 단순한 기능 넘어
상대와 평생을 같이 할 수 있나를 결정하는 역할
기혼부부도 성교보다 키스 빈도가 행복에 더 기여
최근 옥스포드 대학의 실험 심리학자들은 남녀관계에서 입맞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했다.
뜻밖에도 키스는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63세 연령대에 속한 북미와 유럽의 남성 308명과 여성 59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서베이를 실시한 연구진은 입맞춤이 잠재적 ‘짝’을 평가하고 그와의 관계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키스에 관한 또 다른 가설, 즉 입맞춤의 기능은 성적 흥분을 고조시키고 커플의 성적 결합을 준비하는데 있다는 이전의 연구 결과는 힘을 잃었다.
키스가 성적 흥분을 불러올 수야 있겠지만, 성적 흥분이 입맞춤의 주된 동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연애에도 단계가 있다. 연구진은 서베이 참여자들에게 연애의 각기 다른 발전단계에서 입맞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답변할 것을 요청했다.
성적 편력(sexual history)에 대한 질문과 함께 ‘하룻밤 관계’를 선호하는지 아니면 서로에게 전념하는 장기적 관계를 원하는지도 알고 싶어 했다.
참여자들은 또 스스로의 매력을 평가해 짝으로서의 가치(mate value)를 채점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연구원들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 차가 입맞춤에 관한 각자의 견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이 보다 앞서 실시된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이제 막 시작된 관계에서 입맞춤은 서먹서먹한 두 이방인을 각자의 개인 공간 속으로 끌어들여 밀착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키스를 하게 되면 얼굴이 서로 맞닿으면서 연애 호르몬인 페로몬 분비가 촉진되고 감각기관이 예민해질 뿐 아닐라 각자의 뇌에 유전적 신호가 전달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키스는 상대가 배우자감인지 아닌지 알아내려는 원시적 형태의 인터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옥스포드 대학 박사후보이자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라파엘 우로다르스키의 연구결과는 이 보다 더욱 미묘한 키스의 역학을 시사한다.
우로다르스키의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섹스 직전의 입맞춤이 가장 중요하고 성행위 도중의 키스는 그보다 못하며 일을 치른 후의 입맞춤은 중요성이 더욱 떨어지고 섹스와 무관한 키스는 별 볼 일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보다 앞선 과거의 연구는 스스로를 대단히 매력적이라 생각하는 여성, 캐주얼 섹스를 선호하는 여성, 유전적으로 우월한 여성 등 세 가지 유형이 배우자 선택에 훨씬 까다롭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에서 이 같은 3개 유형에 속한 여성 참여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관계 시작시점에서의 입맞춤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키스는 상대가 배우자로서 적합한지를 신속하고 간단하게 알아내는 방법이다. 앞으로 이 남자와 계속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일러주는 무의식적인 신호등이다.
이런 유형의 여성들은 첫 키스 이후 곧잘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바꾼다. “그의 키스에 모든 답이 있다”는 노래 가사를 이들은 금과옥조로 받아들인다.
“첫 키스에서 확실한 감이 오지 않으면 그는 짝이 아니다. 정이 들기 전에 일찌감치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대충 이런 식이다.
그러나 다른 기준으로 잠재적 배우자감을 재는 부류도 있다.
자신이 성적으로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자평하는 남자, 관계의 책임을 중시하는 남자가 바로 그들이다.
대대적인 파트너 찾기에서 이들은 장기적인 관계를 원하는 여성을 물색한다.
스스로를 저평가하는 사람들에게 데이트 초기단계의 입맞춤은 우선순위가 낮다.
특히 장기적인 관계를 원하는 남녀에게 입맞춤은 관계유지와 같은 목적을 수행한다.
상대와의 접속을 이뤄내고, 개선하고, 또 유지하는데 얼굴 근육을 사용하려드는 이들은 섹스 전 입맞춤이나 성행위와 전혀 상관없는 시점의 키스를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군가와 ‘독점적 관계’에 있다고 응답한 연구 참여자들은 성교 횟수보다 키스의 빈도가 행복한 관계와 더욱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데 동의했다.
우로다르스키는 “입맞춤보다 성교가 남녀 사이의 유대감을 강화해 주는 지극히 내밀한 행위라고들 생각할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행복한 관계를 구축했다면 더 많은 성교를 해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반면 현재의 관계를 만족스러워하는 커플에게 키스는 감정의 전달체 역할을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인디애나 대학 킨제이 연구소의 진화생물학자 저스틴 가르시아는 입맞춤이 감정적 접속과 워낙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 없이 몸만 파는 직업여성은 종종 고객과의 키스를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키스는 개인과 개인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방식으로 서로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밀착하는 첫 번째 기회다.
이누이트 족은 큰 애정을 느끼는 상대의 뺨이나 이마에 코를 대고 부드럽게 상대의 체취를 들이 마신다.
키스 비슷한 행위를 하는 짐승도 더러 있다. 침팬지는 입과 입을 포개고 앵무새는 부리와 부리를 맞댄다. 그런가 하면 코끼리는 상아를 서로 상대방의 입안에 넣고 돌린다.
첫 키스의 날카로운 추억을 떠올려 보라. 그 사람은 지금 당신 곁에 있는가.
사랑은 입맞춤과 함께 시작되거나, 끝난다.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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