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같은 라틴어 수업을 들었던 아만다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할 때를 밖에서 뛸 때’라고 말하곤 했다. 물론 아만다가 그 말을 할 때마다 난 딴지를 걸곤 했다. 그 육체적 고통이 어떻게 즐거울 수 있냐고 말이다.
어렸을 땐 동네 친구들과 달리기 시합도 하면서 뛰는 것이 좋았고 꽤 잘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리는 것이 너무 싫어졌다. 중학교 때부터 테니스를 쭉 치면서 운동을 한번도 멈춘 적은 없었지만, 늘 부지런히 공을 따라 뛰지 않는다고 지적을 받아왔었다. 고등학교 테니스 팀에서 코치가 가끔 시켰던 1마일 달리기는 나에게 고문과 같았다.
그렇게 뛰는 것이 싫었었는데 한달 전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소포모어 슬럼프를 겪고 있었던 작년 어느 가을날, 매일 똑같이 되풀이되는 하루 일과와 다이어트의 목적으로 학교 피트니스 센터에서 자전거를 밟는 그 지겨움에서부터 일탈이 하고 싶어 무작정 길거리로 나왔다. 길에서 뛰고 있는 다른 학생들을 따라 무작정 뛰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아만다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달리는 내내 느껴지는 그 육체적 고통은 머릿속 수많은 고민들과 잡다한 생각들을 잊게 해주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길들여진 버릇이 아닌지라 매일 밖에서 뛰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다. 여름방학이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친구와 덜컥 10월에 열리는 하프마라톤을 하기로 결정했었다. 여름방학 동안 혼자 마라톤 트레이닝을 하다가 다리를 다치기도 하고 또 속상해 하기도 했다. 학기가 시작하고 친구와 트레이닝을 하면서 많이 지치기도 했고, 생각보다 잘 안 뛰어진 날엔 내 자신에게 실망도 했고, 또 한 마일 한 마일씩 뛸 수 있는 거리를 늘려가는 모습에 성취감도 느꼈다. 하프 마라톤 경기 전날 처음으로 컨디션 관리라는 것도 해보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설치기도 했다. 처음 무언가를 할 때의 설렘과 한 발걸음 내딛을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으로 13마일이 넘는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채웠다. 하프 마라톤이 끝나고 또 다시 게을려져 잠시 뛰는 것을 멀리 하고 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10월의 어느 일요일 새벽의 공기를 가르며 뛰었던 기억에 다시 그때의 그 설렘으로 마음이 가득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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