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조기대선 요구에 정부 거부… 국제사회도 엇갈린 반응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세계챔피언 비탈리 클리치코가 야권 지도자들과 함께 수도 키예프에서 행진하고 있다. 그는 차기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달 21일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을 중단하면서 시작된 대규모 야권 반정부 시위가 2주째 이어지면서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야권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퇴진과 조기 대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EU와의 협력협정 체결 협상을 계속하겠지만 대통령이나 내각 사퇴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완강한 자세다. 또 서방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강경한 시위대 진압을 비난한 데 반해 러시아는 오히려 야권 시위를 ‘비이성적 폭력’이라고 비판하는 등 국제사회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타르타스, AFP 등 외신에 따르면3일 의회에서 진행된 내각 불신임안표결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수도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 등 도심에선 3일에 이어 4일에도 수만명의 시위대가 야누코비치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들은 2004년 몇 주 동안의 대규모 시위 끝에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정권을 탄생시킨 오렌지 혁명을 상기시키며 “얼마가 걸리더라도 이곳에 있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세계 헤비급 권투 챔피언으로 제2야당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당수 비탈리 클리치코(42)는 시위대를 향해 “포기하지 마라"며 대통령 사퇴요구 목소리를 높였다.
제1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의아르세니 야체뉵 대표는 러시아 국영방송에 출연해 “최소한 니콜라이 아자로프 총리라도 사임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야권이 무기한 저항시위를 천명 한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태 악화에 대비해 흑해 연안 크림반도에 주둔하는 내무군을 키예프로 긴급이동시키는 등 대응조치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동시에 야권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한 수습책도 내놓았다. 아자로프 총리는 4일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로 대표단을 파견해 EU와의 협력협정 체결 협상 재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같은 날 모스크바로도 대표단을보내 경제협력 관계 강화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한 서방과 러시아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의 때문에 3일 브뤼셀에 모인 나토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과도한 시위 진압을 비난하며 “정부와 야권이대화와 개혁절차에 나서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막강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국 중심의 경제통합을 구상하는 러시아는 반정부 시위가 개혁을 위한 혁명이 아니라 ‘비이성적 폭력’(pogrom)이라고 비난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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