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참 멋지게 산다. 엄마를 만나려면 한달쯤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하고 자식들과 손주들 생일, 심지어 당신의 생신까지 대충 같은 달끼리 묶어서 한번에 치른다. 그건 순전히 너무 바쁜 우리 엄마 때문이다. 얼마 전 전화가 와서는, ‘엄마 제주도 자전거 종주하러 떠나니까 걱정말아라’ 하신다. 걱정? 엄마체력이 나보다 훨씬 좋은데 뭔 걱정인가. 며칠 뒤에 파아란 제주도 바다를 등에 지고 천하장사처럼 자전거를 머리 위로 번쩍 든 사진을 보내신다. 헐~ 엄마는 육십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자전거 타기에 도전했다. 차마 페달을 밟지 못하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엎어지고를 연속하는 엄마 뒤에서 혹 어디 부러지지나 않을까 여간 걱정한 것이 아니다. 다른 운동도 많은데 왜 하필 자전거냐고, 제발 포기하라고 권고하는 우리들을 한마디로 자르셨다. ‘냅둬라’.
어느 날도 자전거를 끌고 나가서 혼자 이리 저리 넘어지니 길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보다 못해 도와주셨다고 했다. 약간 비탈길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뒤에서 살짝 밀어주시며 ‘자 밟아요’ 하시더란다. 이렇게 쉬운걸… 육십이 넘어서 도전하신 일은 또 있다. 바로 비박(bivouac)을 시작하신거다. 키가 152cm 밖에 안되는 아담하고 마른 체구의 엄마는 당신 몸 만한 등산배낭을 준비하셨다. 혼자만 쏙 들어가는 노오란 미니 텐트와 침낭, 그 외 도구들과 식량을 챙기니 그 무게가 대단했다.
그걸 메고 주말마다 산에서 야영을 하는 동호회에 가입을 하신다니… 걱정이 늘어진 우리에게 엄마는 등산의 운동효과, 잣나무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의 효능과 계곡물에서 하는 알탕(목욕)의 묘미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셨다. 그렇게 시작된 비박은 매 주말 봄, 여름, 가을, 겨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짐없이 십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그 험하다는 지리산 종주도 키만한 배낭을 메고 야영을 하면서 몇 번이나 다녀오셨다.
그래서 칠십이 훌쩍 넘어선 우리 엄마는 주위에서 유명인사다. 부러운 마음에 비결이 뭐냐고 살짝 물어보니 이러신다. ‘뭐든지 시작하기로 맘먹으면 끈기있게, 재미있게 하렴. 매일 열심히, 신나게 운동하렴. 그럼 나처럼 살 수 있단다.’ 쩝! 게으른 딸은 오늘도 엄마 앞에서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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