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 중 아침 9시가 가장 기다려진다. 가족들이 모두 자신의 일과를 위해 외출한 후 혼자 집에 있게 되는 시간인데, 내겐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다.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길래 이 시간이 소중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다음과 같다.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이 자리 저 자리를 배회하며 책을 읽고,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있거나, 창밖을 바라본다. 미화해서 표현해보자면 아침 9시에 나는 명상하고 독서하고 휴식을 취한다이지만,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할라치면 아침 9시에 나는 빈둥거린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근면과 성실이 한국인의 대표적 성품으로 꼽힐 만큼 우리 한국인은 부지런하고 꾸준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에게 시간낭비와 게으름은 꺼려지는 단어이고, 때로는이 단어들이 죄악시 취급되는 것을 목도하기도 한다. 효율적이고 시간낭비가 없는 삶을 살아가게 도와준다는 자기 계발서들이 넘쳐나고 있고, 적극적인 시간활용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기까지 늘 무엇인가로 채워넣어야 할 것 같고, 1분도 허투루 쓰지 않는 생활을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막상 빡빡한 일정을 살아보면 결국에는 피곤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도 그럴것이 기계도 쉬지 않고 돌리면 고장이 나는 법인데, 사람이 쉬지 않고 가동될 수 있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무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빈둥거리는 모습을 보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급해질 수 있다. 저렇게 시간을 낭비해서 쓰겠나 싶은 생각도 들고,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을 하자고 이 아까운 시간을 죽이나 싶기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빈둥거리는 동안, 아무 성과도 없어 보이는 그 시간동안 내 안에서 중요한 일들이 벌어진다. 충전과 휴식, 정리와 안정, 회복과 안식 등이 그것들인데, 효율성과 생산성 못지않게 우리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다. 빈둥거리는 시간동안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들은 미미해 보일지라도 분명히 내적으로는 값진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캔버스를 가득 메운 서양화도 보기 좋지만 여백의 미가 살아 있는 동양화는 보는 사람의 해석의 자유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에 또 다른 보는 매력이 있다. 삶의 자유함을 위해서는 삶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잠시 빈둥거리는 시간을 통해 자유함이 회복될 수 있다면, 그 시간을 아깝게 여기기보다는 당당하게 그 시간을 즐기고 일부로라도 시간을 할애해 지켜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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