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인들 ‘장애 적응력’ 의외로 높아
▶ 보청기·워커 등 단순 도움만으로 독립적 생활 향상, ‘삶의 만족감’ 장애 없는 노인들이 느끼는 것과 같아
나이가 들면 어느 결엔가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노쇠와 함께 점진적인 기능저하가 따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노인들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독립적인 생활을 꾸려가고 싶어 하지만, 고령에 수반되는 각종 기능장애를 극복하고 독립성을 유지하는 노인들의 실태는 이제까지 이렇다 할 학술적 조명을 받지 못했다. 도둑처럼 찾아오는 황혼기의 기능장애에 노인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일반 대중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우리 모두의 문제”가 아닌 “그들만의 고민”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미 공중보건 저널은 노쇠화에 따른 기능장애에 고령자들이 어떻게 적응해 나가고 있는지를 조사한 논문 한편을 게재했다.
여기서 말하는 장애(disability)란 체력감퇴, 기동성 약화, 통증 또는 그 외의 물리적ㆍ정신적 기능저하로 인해 목욕, 화장실 사용, 걷기, 음식장만, 장보기 등의 일상적 활동 능력이 감소된 상태를 일컫는다.
논문을 작성한 연구진은 메디케어 가입자 3,800만명을 다섯 개 집단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 그룹은 외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으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꾸려가는 노인들이다. 두 번째는 장애가 있긴 하지만 독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기술, 즉 ‘어시스티브 테크놀러지(assistivetechnology)를 성공적으로 사용해 이를 극복한 부류이고, 세 번째는 일상적 활동을 축소할 수밖에 없지만 여전히 자신의 한계를 시인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네 번째는 자력으로 생활하기 어렵다고 시인하면서도 여전히 독자적 삶을 꾸려가는 부류이고 마지막 그룹은 타인들의 도움에 의지하는 고령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두 그룹은 별 문제 없이 잘 해나가고 있고, 다음의 두 그룹은 문제가 있지만 그럭저럭 꾸려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반면 다섯 번째 그룹은 완전한 독립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미시간대와 존스 홉킨스대, 어번 인스티튜트 등에 소속된 연구원들은 노인들의 건강과 고령화 추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NHATS가 2011년 메디케어 가입자들 가운데 8,000여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작성한 전국적인 대표 표본을 재분석하는 이른바 ‘메타-어낼러시스’ 방식의 접근법을 사용했다.
NHATS의 자료를 재분석한 연구원들은 일반 대중 가운데 각 항목에 속한 노인들이 얼마나 되는지 추산했다.
그 결과 어떤 외부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독자적으로 꾸려나가고 있는 노인 인구는 전체 메디케어 가입자의 31%에 해당하는 1,200만명으로 추산됐다.
장애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노인들의 수는 900만명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했으며 일상적 활동을 축소했으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고령인구는 메디케어 가입자의 6%에 해당하는 210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전체의 18%인 700만명은 독립적으로 기능하기 어렵다고 시인했고, 110만명의 너싱홈 입주자들을 포함한 770만명은 한 달 전에 최소한 한 차례의 기본적 일상 활동에 타인의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메디케어 전체 가입자의 약 20%에 해당한다.
이번 연구는 고령인구를 ‘기능장애 그룹’과 ‘독립적 그룹’으로 단순 분류하는 과거의 이원적 접근 방식에서 벗어난 최초의 전국차원의 조사다.
매릴랜드 대학 교수인 잭 구라이닉 박사는 “신체적 제약을 받는 고령자들이 일상환경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세분화해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연구 결과는 대단히 흥미롭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가정환경이나 일상적 활동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꿔 성공적인 독립생활을 이끌어가는 등 높은 적응력을 보인 세 그룹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욕실에 체중을 지탱해 주는 손잡이 막대를 설치하고 지팡이를 사용하며 샤워실에 안전 의자를 놓아두고 보청기에 의존하지만 그 외에는 멀쩡한 생활을 영위하는 노인들이 이들 세 개 그룹에 속한다.
미시간 대학 사회연구소의 비키 프리드만은 이전에도 노인 인구의 장애를 측정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이루어졌으나 이들 세 그룹은 연구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고 밝혔다.
프리드는 “과거의 경우 연구의 초점은 구체적 기능 수행 때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에 초점을 맞추어 왔으며, 나름대로 독립적 생활을 꾸려갈 방법을 찾아낸 고령자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컬럼비아대학 메일맨 공중보건대학원의 린다 프리드 박사는 독자생존의 방법을 찾아낸 첫 번째 그룹의 노인인구 규모는 놀라울 정도이며 이들이 경험하는 웰빙의 수준은 어떤 형태의 지원도 받지 않는 고령자들의 웰빙 수준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장애 적응력을 연구해 온 프리드 박사는 또 노령화와 어느 정도의 독립성 상실이 반드시 함께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두 그룹은 잠재적 취약성 때문에 관심을 끈다. 외출 등과 같은 활동을 축소한 노인들이 이 부류다.
저하된 신체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청기나 워커 등의 기구를 사용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하소연하는 고령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독립성을 상실할 위험에 놓여 있으며 집안 개조, 물리치료, 보청기, 워커 등을 사용함으로써 큰 도움을 얻게 된다.
프리드 박사는 “이 그룹에 속한 노인들의 웰빙과 독립성을 촉진시키는 것이 공중보건의 대단히 중요한 목표”라고 밝혔다.
노인들의 웰빙 촉진은 반드시 복잡하거나 비쌀 필요가 없다. 많은 보조장치들은 설치하기 쉽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프리드 박사는 “이들을 돕는 것이 노인학 전문가들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의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부의 전문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섯 번째 그룹의 노인들은 어떨까.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을 ‘피부양자’로 분류한다. 반면 어시스티드 테크놀러지를 사용하는 노인들은 ‘자립인’으로 분류된다.
UC샌프란시스코의 건강 및 노화 연구소인 ‘Institute for Health and Aging’의 H. 스티븐 케이 교수는 이런 분류는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기의 도움과 사람의 도움을 완전히 다르게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둘 모두 외부 지원으로 장애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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