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호는 첫 원정 월드컵 8강이라는 목표로 출사표를 낸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한국축구가 과연 월드컵 도전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것인가.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는 지금까지 항상 위를 쳐다보고 달려온 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던 지난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처음으로 본선 무대에 올랐으나 두 게임 합계 0-16이라는 참담한 스코어를 선사받고 퇴장했던 한국 축구는 이후 월드컵 본선무대에 나서지 못하다가 32년이 지난 1986 멕시코 월드컵부터 본격적인 월드컵 무대 도전을 시작했다.

멕시코 월드컵 당시 세계축구 최고의 수퍼스타였던 디에고 마라도나가 버틴 아르헨티나와의 1차전에서 투지만으로 버티다 ‘태권 축구’의 오명을 쓰면서도 1-3으로 완패했으나 박창선의 통렬한 중거리포로 월드컵 본선 사상 첫 골 감격을 맛봤던 한국 축구는 이어진 2차전에서 불가리아와 1-1로 비기며 첫 승점을 기록했으나 이후 3번의 월드컵을 더 거치면서도 본선 첫 승을 얻지는 못했다. 그리고 결국 목 타게 기다리던 월드컵 첫 승의 감격은 월드컵 개최국으로 당당히 나선 2002 한일월드컵 1차전에서야 맛볼 수 있었다. 한국 축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아래 그 누구도 꿈꾸지 못한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쓰며 세계무대에 당당하게 우뚝 섰다.

하지만 한일월드컵 4강 성과에 대해 세계는 안방 텃세로 얻은 것이라는 색안경을 벗지 않았고 한국 축구는 이를 실력으로 벗기겠다고 다시 이를 악물고 도전에 나섰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축구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마침내 첫 원정 16강 진출의 성과를 올렸고 이제 홍명보호를 앞세워 이보다 한 걸음 더 전진한다는 목표로 다시 출사표를 냈다. 한국 축구가 남미에서 벌어지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6일 벌어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한국은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함께 H조에 포함됐다. 조 추첨 당시엔 전통 강호들을 모두 피했다는 사실로 인해 ‘행운의 조’라며 들뜬 상태였으나 시간이 가면서 가만히 들여다보며 만만한 상대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분위기다. 유럽의 신흥강호 벨기에와 러시아는 물론 가장 만만하게 생각했던 알제리까지도 한국보다 훨씬 랭킹이 높은 강호다. 월드컵 무대에 쉬운 승부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이제 월드컵 본선에 나간 것만으로 감격하던 팀이 아니다. 세계 최강팀을 상대로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나설 만큼 발전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아직도 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 더 많지만 그래도 이젠 누구와도 당당히 맞설 수 있다. 과연 한국 축구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 무대에서 어떤 역사를 쓸까. 오는 6월17일 브라질 쿠이아바에서 한국은 러시아를 상대로 또 다른 위대한 도전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