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을 주목하라 - 임범석 아트센터 운송디자인학과 교수
▶ GM·혼다 거쳐 지금은 디자이너를 디자인하는 자리에… "한국차의 몸에는 한국적 DNA 필요"
임범석 교수는 열정이 없는 디자이너에겐 디자인이 없다고 강조한다. 기말 프리젠테이션에서 임 교수가 학생들의 작품을 평가하고 있는 모습. <하상윤 인턴기자>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사관학교라 불리는 아트센터 칼리지 운송디자인학과에서 지난 13년간 디자이너들을 디자인하고 있는 임범석 교수. <하상윤 인턴기자>
GM 최초의 한국 유학생 출신 디자인 인턴, 동양인 최초의 혼다 컨셉카 디자이너, 한인 최초의 아트센터 칼리지 교수. 최초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남자. 영국 왕립예술대학과 더불어 세계 자동차 디자인 대학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패사디나 소재 아트센터 운송디자인학과의 임범석(47) 교수 이야기다. 유년기 미니카에 빠져 자동차만을 좋아하던 소년에서 GM과 혼다를 거쳐 40년 후 세계 자동차 디자인 분야의 거장으로 우뚝 선 임 교수는 ‘자동차 디자이너를 디자인’하는 멘토로서 자동차 디자인 한류의 중심에 서 있다. 단순한 자동차 디자인의 영역에서 벗어나 차세대 개인 운송수단이라는 미래지향적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임 교수의 도전과 열정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다음은 임 교수와의 일문일답.
-언제부터 자동차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나.
▲(웃음) 남자라면 누구든지 자동차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어려서 해군 장교인 아버지 덕에 군용차를 보면서 자랐고, 친구 아버지 차를 몰래 몰고 나가 차문을 박살 내 혼난 적도 있다. LA에 사는 할아버지 덕분에 미국으로 유학 오게 됐고, 우연히 아트센터 칼리지 기사를 보고 무작정 학교를 방문했다. 열아홉살 청년이 열정과 패기만으로 어렸을 적부터 틈틈이 그려온 자동차 스케치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해 합격했고 이것이 내가 자동차 디자인과 맺은 첫 인연이다.
- 외신들이 한인 디자이너들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서 한인들의 활약이 크게 늘었다. 심지어 유학파가 아닌 한국 미대 졸업생 가운데 외국 차량 디자이너로 바로 취직할 만큼 한인들의 실력이 인정받은 것 같다. K-pop 등 한류와 함께 한인들만의 감수성과 내연의 미와 같은 한국 문화의 일부분이 관심을 받으며 한인 디자이너들도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 한인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대단한 이유는.
▲디자인은 한국 역사에 오래 전부터 존재한 것이다. 신라, 고려, 조선시대 등 몇 천 년 전의 한국 유물들을 떠올려보자. 사람들은 이탈리아를 디자인의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한국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고려청자와 탑과 같은 예술작품을 볼 때 디자인의 대상이 현대에 들어 자동차로 옮겨지는 등 새로운 분야에 적용됐을 뿐이다. 결국 한국 문화 역사와 함께 공존한 디자인이 현재의 자동차 디자인 강국을 이끌고 있다.
- 전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상당하다.
▲벤틀리의 이상엽 수석 디자이너, BMW 4시리즈의 강원규, 벤츠 2세대 CLS를 디자인한 휴버트 리 디자이너 등 좋은 후배들 및 제자들과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낸다. 한인 디자이너들의 계속 늘어남에 따라 결속력과 네트웍 차원에서 지금 모임 구성도 논의중에 있다.
- 디자이너로서 좋은 차량을 소유할 것 같은데.
▲현재 소유하고 있는 차는 벤츠 CL클래스로 최근에 교체했다. 이전에는 폭스바겐 GTI. 페이튼, 포셰, 수바루 등 10번 정도 차를 교체한 것 같다. 벤츠 CL클래스는 디자인에 매료돼 구입한 것보다 기능성과 실용도를 고려해 결정한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명차를 고집하기보다 여러 종류의 차를 타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더 진보된 디자인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전문가로서 가장 완벽에 가까운 차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디자이너들이 완벽하다고 느끼는 디자인을 소유한 차량은 없을 것이다. 차를 너무 좋아하면 디자이너가 될 수 없지만 만족하지 않는 점을 개선하는 것이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역할이다. 결국 디자인은 항상 개선돼야 할 숙제이자 디자이너들의 책임이다. 현대의 차는 교통수단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사회적 지위와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현존하는 모델 가운데 이러한 점들을 잘 반영하고 있는 자동차는 전기차라는 기술적인 면과 현대적인 디자인이 잘 반영된 테슬러라고 생각한다.
- 미래의 자동차 디자인 컨셉을 제시한다면.
▲과거 자동차는 단순한 수송적인 측면이 전부였다. 하지만 문명이 진화됨에 따라 현대의 자동차 디자인에는 사회적 지위와 개인의 자유가 반영돼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이너들은 좀 더 진보된 생각과 기능,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이 반영된 모델들을 앞으로 내놓아야 한다. 결국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스타일적인 측면, 다시 말해 예술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음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진보적인 생각을 디자인에 담아야 한다.
- 잘 나가는 디자이너에서 강단에 서게 된 이유는.
▲GM과 혼다 어드밴스 스튜디오에서 최초의 유학생 출신 인턴 및 첫 동양인 디자이너라는 수식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십년 이상 디자인 일을 하다 보니 다시 디자인의 본질로 돌아가고 싶었다. 2000년 우연한 기회에 담당교수를 만나러 모교를 방문했을 때 교수직을 제안 받았고 이것이 인연이 돼 13년째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와 기아차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차 디자인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 몇 년 사이 품질은 물론 디자인 경쟁력도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차에는 한국적인 DNA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BMW나 벤츠 외관에 대해 모두 독일 디자인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혼다와 토요다도 마찬가지로 일본 자동차라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결국 한국차들도 더욱 한국스러운 디자인을 담고 있어야 한다.
-개인 에세이를 발간한다고 들었다.
▲책 타이틀은 ‘임범석의 자동차 디자인 에세이’다. 47년간 임범석이라는 사람이 자동차와 함께 한 소소한 기억들을 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생각해 보니 자동차 수필이라는 컨셉도 최초인 것 같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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