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 살인발생률 세계 4위
▶ 대통령도 즉각 긴급치안회의 소집
8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모니카 스페아르(29)와 전 남편 헨리 토머스 베리(39) 피살에 항의하는 범죄규탄 시위 중 참가자들이 추모의 하얀 풍선을 들고 있다.
2005년 방콕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했던 당시의 미스 베네수엘라 모니카 스페아르. 마이애미에 거주하며 배우로 활약 중이던 스페아르는 모국방문 휴가 중 지난 6일 밤 고속도로에서 강도의 총에 맞아 숨졌다. 동승했던 전남편도 사망했으며 다리에 총상을 입은 5살 딸만 목숨을 건졌다.
미스 베네수엘라 출신 인기 드라마 스타의 피살에 베네수엘라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지만 이번 사건은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불안을 한 마디로 말해주는 너무나 참담한 증거”라고 수도 카라카스의 한 상점주인 레오나르도 헤르난데즈(39)는 개탄했다. “이 나라의 범죄는 이제 통제 불능 상태에 달했는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일 뿐 아니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조차 안하려한다”고 그는 분개했다.
2004년 미스 베네수엘라에 당선되고 2005년 방콕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5위에 올랐던 모니카 스페아르(29)는 이후 배우로 활동하면서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했고 히스패닉 방송 텔레문도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중남미 전역에서 인기스타로 떠올랐다.
여행업계에서 일하는 영국인 토머스 헨리 베리(39)와 결혼했다 딸을 낳고 이혼했으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번에도 새해휴가를 떠나 딸을 데리고 함께 모국 여행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경찰에 의하면 6일 밤 스페아르와 베리는 딸 마야(5)와 함께 서부 산간지역에서 새해를 맞은 후 수도 카라카스로 차를 타고 돌아오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무언가 뾰족한 장애물에 타이어가 펑크나 차를 세워야했다. 어디선가 무장괴한들이 나타났다. 이들이 차안으로 피신해 문을 잠그자 괴한들은 6발의 총격을 가했다. 스페아르와 전 남편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어린 딸은 다리에 총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목숨은 건져 현재 친척 집에서 보호받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선 고속도로에 날카로운 물체들을 던져놓아 타이어를 펑크나게 한 후 벌이는 강도 행위가 흔한 범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스페아르 피살사건의 용의자 5명을 체포해 조사 중인데 일부는 18세 미만이라고 밝혔다.
미인대회와 미의 여왕에 열광하는 사회분위기 탓인지 이번 스페아르 피살은 살인과 납치가 일상처럼 여겨지는 베네수엘라에서도 전국적으로 우려와 분노를 촉발시키고 있다.
범죄 상황을 모니터하는 비정부기구 OVV의 로베르토 레온 회장은 인구 2,900만명의 베네수엘라에서 지난해 2만4,763명이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인구 3억1,600만명 미국에서 2012년 1만4,612명이 살해당한 것과 비교해볼 때 살인발생률이 한참 높다.
인구 10만명당 79명에 이르는 베네수엘라의 살인발생률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아이보리코스트에 이어 세계 제4위에 올라있다. 유엔 마약과 범죄사무처가 집계한 숫자다. 베네수엘라 내무부는 살인발생 사건수가 1만1,342건으로 등록된 2003년 이후 공식발표를 중단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살인발생 건수는 무려 5배나 증가했다.
살인발생률은 날로 증가하지만 범인 체포율은 낮아 100건 중 8건에 불과하다. 5발 이상의 총격난사로 숨진 희생자들이 전체의 60%가 넘는다. 범죄의 타겟은 지위고하를 가리지도 않는다. 지난 12월엔 차베스의 사위인 부통령 호르게 아레자의 친척이 살해당하기도 했다.
레온회장은 정부는 범죄의 원인을 빈곤과 자본주의라고 생각하지만 빈곤 감소에도 불구하고 범죄는 폭증하고 있으며 빈곤문제가 훨씬 더 심각한 비사회주의국가에서도 베네수엘라 같은 범죄문제는 없다고 지적했다.
고 차베스 대통령과 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범죄 급증이 자본주의와 빈곤, 가정의 붕괴, 폭력을 영웅시하는 미국문화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야당은 민병대 창설을 통해 수천수만정의 총기를 거리에 풀어놓아 문제를 악화시킨 정부정책 탓이며 정부가 치안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지도 않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다시 한 번 범죄척결을 다짐하고 나섰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 같은 범죄를 용납할 수 없다”며 범죄자에 대한 ‘철권’을 휘두르겠다고 약속한 마두로는 8일 전국의 사장과 도지사들을 불러 긴급 범죄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마두로는 작년 취임후 범죄척결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걸었으나 세계 최고의 인플레이션율 등 불안한 경제상황 속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장강도의 총기살인은 베네수엘라에선 흔한 일이다, 외교관이나 유명 스포츠선수들을 납치해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도 종종 발생한다.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여배우 가비 에스피노는 텔레문도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우리나라의 일상이고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 베네수엘라가 두려워 떠났다. 그런데 모니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조국을 사랑하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서 충격과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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