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교환교수로 방문한 후배 내외를 만났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들, 중학교 2학년인 큰 아들까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낚시도 하고 골프도 즐기며 온 식구가 함께하는 미국에서의 일년을 아주 알차게 보내는 것 같았다. 학교 수업 이외에도 사교육이다 학원이다 끌려 다니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잘 적응했고 한가한 주말이 되어서야 겨우 얼굴을 마주하던 부부도 늘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 보였다.
사교육이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한국의 교육과 입시제도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진다. 다른 아이들은 다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시키면 불안해서 어쩔 수 없다는 엄마들의 말되는 변명, 엄마의 정보력이 곧 아이의 실력이라는 신조어… 어디부터 잘못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제도들 덕에 쫓아가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보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또 갖고 싶은 평생 직업이 뭔지를 가늠해볼 겨를도 없이 끌려가는 것 같다. 적성과 인성 교육은 제쳐두고 포장만 근사한 어른이 되라고 조장하는 사회에 속한 학생들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며칠 전에 접한 소식이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학생이 서울대 경영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다시 연대 법학과에 입학 해서도 늘 일등을 했지만 결국 이 모든 일들이 부도덕한 범죄행위로 드러났다. 어이없는 행위는 당연히 지탄받고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 마땅한 일이겠지만, 부정행위를 해서라도 꼭 일등이여야만 했던 아이는 이등이 주목받기 어려운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범죄자가 아닐까? 자로 재듯 금을 그어 순위를 정하기 이전에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은 없고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도 없다는 말에 힘입어 각자의 개성에 맞게 교육하고 나아가 더 넓고 많은 기회를 주는 사회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꼴찌는 있다. 아니, 생각보다 아주 많다. 하지만 누가 감히 이들이 인생의 패배자라고 말할 수 있겠나? 그래서 고학력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이 높고 행복지수가 바닥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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