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꿈치 들고 목 늘여 둘러봐도
하늘에 닿을 사다리가 없다
동아줄 하나 매고 오를만한 가지는 부러지고
저쪽 지구의 나에게 문자를 넣어 답을 구하다
거울의 표정은 매끄러워도 속엔 상승의 꿈 끓고 있던 중
‘변신을 해요 세상 방법으로’ , 보이지 않는 소리 솔깃하여
햇빛 좋은 아침 거미줄을 타고 오른다
젖은 손을 내미는 이슬방울 성가시게 안겨오고
심술궂은 바람은 밀고 당기어 두려움 팽팽히 감겨와
여러 개의 발가락이 거추장스럽고 무겁다
어지러운 비상은 오금이 저리고
높이 오를수록 별들 아득히 물러가
몇 번의 변신으로 겨우 소우주의 표면을 만져 말을걸다
말더듬이는 먼지를 쓰고, 땅을 떠난 믿음은 흔들리고 외롭다
뉴턴은 눈치를 수치로 바꿔 놓고 말하고 싶었지
낙하하는 것은 운명의 시샘이 아니라고
미끄러운 거북이의 등판 같은
아래 깊은 세상을 다시 품는다
더 높은 세상을 향한 날갯짓을 포기한 카나리아의노래
빨갛게 물든 슬픔을 꽃으로 피워 토해 내는 날
잠시 손님으로 왔다 저편 거미줄 같은 비탈길을 오르는
뉘 뒷모습을 배웅하는가
봄날의 기지개, 하늘은 멀리 있지 않다고
새파랗고 싱싱하게 작은 손을 펴 흔들고 있다
-조옥동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 입상(1997), 제1회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입상, ‘현대시조’ 좋은작품상, 한국평론가협회 및 경희 해외문학상.
▲시집 ‘여름에 온 가을엽서’ ‘내 삶의 절정을 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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