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에어라인의 MA370 기가 실종된 이래 나는 새로운 습관이 하나 늘었다. 외출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CNN-TV 뉴스부터 켠다. MA370 기의 미스터리가 밝혀졌나 궁금해서다. 사실이 밝혀지면 나도 예정된 칼럼의 내용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승객 227명과 승무원 12명을 태우고 사라진 이 사건은 21세기의 미스터리에 속하는 큰 뉴스다. CNN은 지난 한달 동안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사건을 24시간 내내 톱뉴스로 다루었으며 당장 바다 밑에서 잔해를 발견할 것처럼 긴장한 분위기 속에서 뉴스를 진행했다.
그런데 어찌됐나. 한달 1주일이 지난 오늘 현재 아무 진전이 없다. 많은 시청자들이 나처럼 CNN의 과장보도에 말려들었을 것이다. CNN은 왜 무리하게 MA370 기 뉴스를 매일 톱으로 다루었을까. 시청률 상승 때문이다. CNN 뉴스 청취율은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 이래 2배나 늘었다고 한다. 이 추측경쟁에 오늘 아침엔 러시아 일간지 모스코프스키 코스몰렛이 끼어 들었다. MA370 기는 테러리스트에 납치되어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를 근처에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승객들이 7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움막에서 거주하며 납치범의 암호명이 ‘히치’라고까지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탈레반이 여객기 납치와 자신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이미 부인했기 때문이다.
MA370 기 실종의 모범답안은 어느 것인가. 납치? 조종사의 자살? 계기고장? 테러에 의한 공중폭파? 만약 공중폭파 테러라면 잔해가 바다에 떠오르기 마련이다. 2009년 6월 에어프랑스 여객기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파리로 가다가 ‘메이데이’신호도 없이 갑자기 없어진 적이 있는데 조종사가 화장실에 간 사이 자동항법장치에 이상이 생긴 것을 부조종사가 제대로 다루지 못해 바다로 급강하 추락 했었다. 그러나 잔해는 떠올랐었다. MA370 기는 잔해도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누가 나에게 “CNN 뉴스를 한달 동안이나 지켜보았다는 데 당신의 추측은 어떤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상상의 보따리를 풀어 놓겠다. “뭔가 기장이 일을 저지른 범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사건의 키포인트는 MA370 기가 중간에서 왜 방향을 바꾸었느냐와 왜 타워와의 통화를 피하며 비행기의 위치를 외부로 전송하는 트랜스폰더 장치까지 껐느냐다. 이는 모두 조종실에서 생겨난 의문들이다. 조종사에 의한 납치 가능성이 떠오른 것은 이 때문이다. 만약 테러범에 의해 여객기가 방향을 바꾸었다면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알리는 버튼을 재빨리 눌렀을 것이다.
나의 추측으로는 기장이 커피를 갖다 달라며 부기장을 내보낸 뒤 조종실을 폐쇄하자 기내에서 옥신각신이 벌어져 비행기가 컨트롤을 잃은 채 4만5,000피트까지 올라가자 기내에 산소부족 현상이 일어나 기장과 승객 모두가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바다로 급강하한 것이 아닌 가 한다. 부기장이 규정을 어겨가면서 셀폰으로 외부와의 통화를 시도 했다는 것은 이같은 급한 상황을 밖으로 알리려고 한 것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그러나 승객 가족들은 “납치 되었다”는 러시아신문 보도에 기대를 거는 표정이다. 납치 되었다면 언젠가는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소원은 “제발 테러범에 납치 되었으면”이다. 보통 때 같으면 “세상에 별난 소원도 다 있네”하고 웃어넘기겠지만 이번 MA370 기 실종사건에서는 가족들의 소원에 전적으로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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