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다. 특히 늦게까지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거리를 생각하는 이가 많겠지만 버클리는 조금 다르다. 고등학교 때까지 LA 한인타운 번화가에 살던 나는 밤이 되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한인타운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나도 대학가에서 저렇게 늦게까지 놀 수 있는 걸까 상상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대학생이 되었고, 꿈에 그리던 대학가를 맞이하니 벅찬 마음에 발걸음을 뗄 때마다 마음이 간지러웠다. 하지만 버클리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다른 지역에서 늦게까지 하기로 알려진 많은 가게들도 버클리 대학가에만 들어오면 일찍 문을 닫았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은 정말 개미 한 마리도 없을 듯 했다.
처음엔 "뭐 이런 대학이 다 있어?"부터 시작해서 "학생들 놀지 말고 공부하라고 이러나..."까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학기가 지나갈수록 억울한 마음까지 생겼다. 남가주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밤까지 재밌게도 놀던데 여기는 뭐 이런가 싶기도 했다.
꼭 음주가무가 아니어도 서글펐던 경우가 하루 이틀이 아니다.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가 배가 고파져도 딱히 가서 사 먹을 음식점도 없다. 그래서 종종 라면 한 봉지를 꺼내 먹거나 배고픈 배를 잡고 공부 한 적이 많다. 그럴 때 다른 대학 친구들이 ‘족발을 배달시켜 먹었다’는 페이스북 포스트를 올리면, 공부하던 책을 있는 힘껏 그들에게 던져버리고 싶은 적도 허다하다.
거의 1년 내내 이렇게 답답하게 살다 보니 부작용도 생겼다. 방학 때 다시 LA에 갈 때마다 밤마다 휘황찬란하게 비치는 불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람들로 꽉 차있는 가게들과 발레파킹으로 정신없는 주차장들. 우리 대학가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그림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인타운에 가게 될 때마다 “여태까지 못 즐겼던 젊음을 느끼겠노라”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좋은 증상이기도 하다. 우리 대학가가 만약 LA 한인타운 같았으면 나는 단연 공부를 더 안 했을 것이고, 한인타운을 가게 되도 별로 기쁨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 대학가에 나는 만족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밤에 족발 배달이 없는 우리 대학가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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