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이 감독한 작품 중에 ‘하늘과 땅(Heaven and Earth)’이라는 영화가 있다. 월남여성의 일생을 그린 것인데 월남전의 비극과 미국이민 생활의 스트레스를 묘사한 것으로 6.25의 동족상잔을 겪은 우리들에게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내용이다.
여주인공 ‘레리’(조운 첸)는 베트콩에게 강간당한 후 마을에서 추방된다. 이어 사이공 부잣집에서 식모로 일하다가 주인에게 겁탈당해 임신한 후 쫓겨나는 등 갖은 고초를 겪으며 거리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이때 미군 특수부대 하사 ‘스티브’(토미 리 존스)를 만나 극적으로 월남을 탈출해 캘리포니아로 온다. 레리에게 미국은 천국이었다. 어제까지 끼니를 걱정 했는데 미국에 와보니 수퍼마켓에 별별 식품이 다 있고 자가용 세단에 아늑한 집까지 있어 매일매일 꿈속에서 지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나자 문제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남편인 스티브가 제대한 후 직장을 못 구한 열등감에다 월남전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악몽에 시달려 성격이 난폭 해지고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반면 부인 레리는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욕심에 고된 줄 모르고 일하며 생활비를 번다. 경제권을 부인이 거머쥐자 남편은 더 열등감을 느끼고 결국 우울증을 못 견뎌 자살한다. 레리에게 천국으로 느껴졌던 미국이 갑자기 지옥으로 변한다. 그녀는 아들 3명을 혼자 키우며 월남과 미국문화의 갈등을 극복한다.
이 영화는 삶의 목표를 잃은 사람이 어떻게 우울증에 빠지는가와 목표를 향해 악착같이 살아가는 이민이 우울증을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처음 이민 왔을 때는 정신없이 열심히 일하다가 한참 세월이 흐르자 미국생활에서 우울증을 앓는 한인들과 비슷해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월남전의 후유증을 한 여성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매우 이색적이다.
벌써 10월 - 가을이다. 남자들이 가을을 탄다고 하지만 병원통계를 보면 여성(특히 중년여성)들이 더 가을을 탄다. 아이들도 다 커서 독립해 빈 둥지에서 남편과 둘이서만 지내는데 이 남편이라는 사람이 너무 여성에 대해 무관심하고 재미가 없어 고독하다. 반면 남편은 남편대로 사업도 손 떼고 직장도 그만 두어 허전한데 부인이 자신을 가장으로 여기기는커녕 무능력자 취급을 하니 열등감이 느껴지면서 말 못할 고독에 빠진다.
요즘 한인사회 중년층에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특히 가을에는 해가 짧아지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는 세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하게 되어 감정 불균형 상태에 빠지기 쉽다. 여기에다 개인적인 고독이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울증은 ‘가을의 마음감기’로도 불린다.
삶의 의욕을 잃는 우울증은 심해지면 자살충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방치하면 위험하다. 인기스타 최진실의 우울증이 어떤 결과를 초래 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의사와 상담하면 쉽게 회복될 수 있다. 요즘엔 우울증에 복용하는 약이 너무 발달해 심각한 병으로 취급 않는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정신과 의사 찾아가는 것을 정신병 치료로 간주해 상담을 꺼리고 자신의 우울증을 숨기려 애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미국인은 성인 3명중 1명이, 한인은 60%가 우울증 증세를 지니고 있다니 심각한 문제다. 전염병처럼 커뮤니티에 서서히 번지고 있다. 우울증 치료는 전문가와 상담해야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나이 들면 육체건강도 중요하지만 마음건강도 중요하다. 가을의 병 우울증을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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