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집 열쇠가 필요하여 열쇠를 사러 홈디포에 갔다. 거기에는 각종 열쇠가 다양한 가격표를 달고 진열대에 매달려 있었다. 99센트짜리도 있었고 더 비싼 것도 있었고……
그런데 열쇠 자체가 얼마나 예쁘던지 난 열쇠도 꾸미면 그렇게 예뻐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빨간색, 분홍색, 파란색, 미키 마우스 옷을 입은 열쇠도 있었다. 너무 예뻐서 나도 하나 가지고 싶을 정도였다.
고심하다 딸 것은 분홍색에 ‘princess’라고 적혀 있는 걸 사고 아들 것은 불 켜지는 파란색 열쇠를 사서 복사를 떴다. 열쇠를 만들어 가지고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하지만 이제 갓 숙녀티를 풍기는 딸아이는 핑크 공주 열쇠가 유치해 보였는지 약간 못마땅한 눈치였다. 그래도 어쨌든 아이들은 열쇠가 신기한지 문여는 연습을 열심히 했다. 그걸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났다. 부모님께서 하시던 살림집 겸용 가게를 접고 아파트로 이사가면서부터 난 집 열쇠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부모님은 직장을 다니셨기 때문에 그걸 잃어버리면 나는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열쇠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 현관문에 위 아래로 달린 현관열쇠를 열 때 위 아래의 여는 방향이 잘못되면 결국 문이 열리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시도해야 하는 열쇠……그건 집으로 들어가는 시험 같은 것이었다. 다행히 매번 잘 통과했지만 말이다. 그 때부터 인생이라는 시험에 내가 들게 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는 집 열쇠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차고로 차를 타고 들어갔다가 차고로 나오니 말이다. 그리고 요즘은 쇠로 만든 키는 거의 없어지고 전자열쇠를 많이 사용하는데 사실 난 구식 열쇠가 좋다.
문을 열 때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 몰라도 그 순간은 내가 열어주길 바라는 문이, 내가 들어오길 바라는 집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리고 그 순간 짧은 순간이지만 신경을 집중하여 열쇠 구멍에 열쇠를 집어 넣고 돌리면 ‘찰칵’ 소리가 나면서 왠지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같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을 여는 키가 내 열쇠가 되길, 그리고 문이 열리면 정말 재미있고 신기한 세상이 펼쳐지길 기대하던 시절....... 그래서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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