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편함을 등지고 오지로 들어가 자연을 벗 삼고 사는 일은 누구나 가끔 꿈꿔 보는 일이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휴대 전화, 내 눈을 피곤하게 만드는 밝디 밝은 형광등 불빛,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집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들… 우리의 삶이 편해진 만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어느 샌가 이런 오염들 속에 파묻혀 살게 되었다.
이것들을 오염이라고 말하고 있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컴퓨터를 앞에 두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얼마 전 고등학교 때 배운 송순의 시조를 다시 배울 일이 있었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 내어 나 한 칸, 달 한 칸, 청풍 한 칸 맡겨 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시험을 보기 위해서 외웠던 고등학교 때는 그 뜻을 조금도 짐작하지 못했는데 나이를 먹고 이 시조를 다시 보니 갑자기 도시에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무 냄새, 새 소리, 흙 냄새, 파도 소리가 그리워졌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주말을 이용해 차를 빌려 도시를 벗어나기로 했다. 우리가 빌린 작은 집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전기도 없고 휴대 전화 신호도 터지지 않는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한 곳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불안했다. 전화가 안 되는 곳이라니. 그러나 곧 우리는 휴대 전화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휴대 전화에 무심해졌다. 전기는 달빛이 대신해 주었고 차 소리는 파도 소리가 대신해 주었다. 밤이 되어 우리는 어둑해지는 고요한 바다 속으로 사그라지는 태양을 바라보았고 바닥에 자리를 깔고 밤 하늘에 쏟아질 것만 같던 별들을 세었다.
자연은 우리가 그 동안 무심했던 것에도 분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그렇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삼 일을 지내고 도시로 돌아온 우리는 새로운 꿈이 하나 생겼다. 송순의 시조에 나오는 초가 삼 간도 필요 없으니 그저 방 한 칸에 창문을 크게 내어 달도 하늘에 그냥 두고 청풍도 그저 스쳐 가게 두자. 그리고 작은 텃밭 하나 내어 가끔 방문하는 사슴과 토끼에게 대접하자.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별을 이불 삼아 잠들었던 그 주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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