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UW북소리서 ‘건축 속의 사회학’다뤄
70여명 참석해 대성황 이뤄
공간과 시간이 현대인의 삶을 얼마나 옥죄는 것인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워싱턴대학(UW) 한국학 도서관이 지난 6일 올해 마지막 북소리(Booksori)의 주제로 다룬 분야는 ‘공간과 건축’이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삶’의 문제였다. 이날 강사로 나온 세종대학교 건축공학부 김영욱 교수는 강의 주제를 ‘서울의 도시 이미지: 숨어있는 공간을 찾아서’로 정했다. 하지만 그가 이날 선택한 책은 사회학자인 서울산업대 교양학부 박태호 교수가 필명인 ‘이진경’으로 쓴 <근대적 시ㆍ공간의 탄생> 이었다.
한국의 이념논쟁이 극에 달했던 1980년대 중반 대학을 갓 졸업한 24살 청년이 ‘이진경’이란 이름으로 썼던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 방법론>이란 책은 한국사회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구성체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이 같은 좌파 성향의 사회학자가 쓴 책이 이날 북소리의 텍스트로 선택된 것 자체부터가 단순한 건축이야기가 아니었음을 짐작케 했다.
김 교수는 “동시대를 살았던 박태호 교수가 사회학자이면서 건축에 관심이 많았고, 나는 건축학자이면서 그 속에 함의돼 있는 사회학에 관심이 있다”면서 “이 같은 두 학자나 관심분야의 접점이 바로 오늘 북소리의 주제”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효율성을 내세운 현대 건축이나 시간 속에 담겨있는 인간의 소외나 갇힘, 굴레 등을 분석하고, 최근 서울을 포함해 이를 벗어나기 위해 ‘열린공간’을 지향하는 건축 분야의 이야기를 다뤘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인 ‘모던 타임스’의 장면을 보여줬다. 거대한 공장(공간) 안에서 컨베이어 벨트(시간)를 통해 나오는 나사를 조이는 채플린의 모습이 바로 건축과 시간에 의해 제약을 받는 인간 소외를 가장 잘 대변해 이날 북소리 강연의 주제와 맞아 떨어졌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는 서울광장을 비롯해 공간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며 “인간다운 도시나 건축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마지막이었던 이날 북소리에는 올 들어 가장 많은 70여명이 찾아 대성황을 이뤘으며, 전문 분야로 여겨졌던 건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도 한인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북소리 행사를 주관하는 이효경 사서는 “올해 많은 분들이 성원해줘 성공적으로 북소리를 마칠 수 있었다”면서 “내년에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니 많이 성원해달라”고 당부했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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