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미라씨와 남편 김 선생님을 처음 만나지가… 아마도 작년 6월쯤인가 싶다. 처음 쇼룸을 찾아 온 인상 좋은 두 분은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리클라이너 의자를 드디어 사게 됐다며 함박웃음을 짓고 계셨다.
이미 은퇴한 남편을 위해 창가에 리클라이너 의자를 놓고 계절에 따라 바뀌는 창밖의 소박한 풍경들을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의 미라씨의 뜻이었단다.
리클라이너에 대한 계산을 하고 돌아서던 이들 부부가 매우 수줍게 다가서며 하는말…, ‘저희가 예전부터 너무 오래된 부엌을 바꾸고 싶었는데 애들 키우느라 정신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답니다. 헌데 이젠 애들도 다 크고 모두 독립했으니 저희 부부의 삶을 계획하고 싶습니다. 작고 오래된 집이긴 하지만 이웃도 좋고 애들 키우며 정도 많이 든 집이여서 조금만 손보면 저희 노후를 보내긴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부엌을 손보고 싶어 조금씩 자금을 모아 왔는데…, 이곳에 있는 독일 부엌 캐비넷은 저희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겠죠…’
삶의 어느 정도 연륜이 있으신 분들이 이리도 소박하고 수줍어하며 물어 보시는 두분을 보며 우리 모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마음 속 깊이 우러나오는 함박웃음을 띄었다.
동시에 어찌됐든 이렇게 한 단계 성실히 살아오신 두 분에게 좀 더 기쁨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우러나왔다.
살면서 우리가 느끼는 기쁨이나 행복은 때로는 시각을 통해서, 때로는 귀를 통해서도 느끼지만 마음과 마음을 통해 전해지는 감정은 또 다른 깊은 신뢰를 주는듯 싶다.
이를 계기로 미라씨 집을 방문하고 미라씨 예산에 최대한 맞춰 디자인을 했다. 김 선생님과 미라씨 두 분만이 가족 구성원인 미라씨네 부엌과 거실은 벽으로 분리되어져 있었다.
이는 미라씨가 부엌에 있고 김 선생님이 거실에서 TV라도 보고 있다면 두 사람은 서로 각기 다른 공간에서 묵묵히 각자의 시간을 가져야하는 것이다. 또한 조그마한 부엌에 수납장이 충분치 않아 작은 부엌 물품들이 카운터 테이블 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이들을 해결하기 위해 거실과 리빙룸 사이의 벽에 오픈 박스를 만들어 부엌에서 무언가를 하면서도 함께 TV 보며 웃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 이 너머에는 두 사람만이 앉을 수 있는 자그마한 캐비넷 위에 테이블을 놓아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둘만의 공간, ‘tall cabinet’ (톨 캐비넷)을 이용해 전자레인지 토스터 등의 작은 전기 제품들을 수납 정리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었다.
이런 미라씨 부부가 새해 인사를 하고 싶다고 어제 쇼룸을 다시 찾아와 주었다. 뉴욕에서 건축가로 일하는 아들이 연말에 집에 다니러 와 우리집 맞냐며 너무나도 놀랍고 좋다는 말에 마치 본인이 칭찬 받은 양 가족 모두에게 매우 따뜻한 연말연시였다는 감사의 말씀을 전해 주셨다.
작업이 끝나고 손님들에게 이런 감사의 말씀을 들을 때 디자이너는 직업에 대한 보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미라씨네와 더불어 지난 한해 함께 작업했던 많은 손님들께 마음 속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
블루하우스 인테리어(Bluehaus Interiors)
Tel.: 323. 931.4300
www.bluehausinterio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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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김 / 블루하우스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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