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미국 가니 자매도시 가능한가요”
▶ 한국정부 자매도시 맺기 쉽게 생각
시간•정성•노력 필요, 2년여 걸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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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도시 간 ‘자매도시’를 맺기 위해선 시간과 정성,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양 도시 간 경제, 문화 등 성격상 맞는 지, 교류를 통해 배울 점이 있는지 등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 규정상 나라 당 한 도시와 밖에 자매도시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단 한 번의 ‘선택’ 밖에 없단 말이다. 그러다 보니 속전속결로 끝내려고 하는 상당수의 한국 도시보다는 태도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산호세시가 지난 몇 년 전 수원시의 자매도시 요청을 거절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시 수원시는 삼성전자 등 IT 대기업이 위치해 있다며 실리콘밸리의 심장부 격인 산호세와 경제를 중심으로 한 상호 교류를 목적으로 구애를 펼쳤다. 하지만 결과는 “NO”였다.
산호세시는 이미 일본 등 8개나 되는 해외도시와 자매도시를 맺고 있고, 수원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원시는 산호세가 매력을 느낄 만한 제안도 준비도 부족했다는 게 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지자체가 자매도시라는 것을 너무 가볍게 보고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매도시를 함으로써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고, 교류가 활성화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지 그냥 두루뭉술하게 제안하면서 빨리 자매도시를 맺자는 식은 올바른 접근 방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음 달이나 몇 달 후 미국 가니 자매도시를 맺을 수 있도록 추진해 달라”는 준비성 없고, 현지 사정도 모르는 ‘밀어붙이기 식’ 요청도 있어 한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달리 한 국가 내 여러 도시와 자매도시를 맺어도 되는 구조다.
서울만 보더라도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호놀룰루, 워싱턴 DC와 자매도시를 맺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다른 규정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자매도시 시스템과 ‘니즈’(needs)를 먼저 파악하고, 접근해야 자매도시를 맺는 데 실패할 확률이 적다. 최근 쿠퍼티노시가 SF 총영사관에 한국의 도시와 자매도시를 맺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
서울의 한 구가 응했지만 쿠퍼티노시가 거절했다. 새크라멘토와 서울의 용산구가 자매도시를 맺고 있어 이번에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안됐다. 한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쿠퍼티노시가 규모와 상관없이 한국의 구가 아닌 시와 하겠다고 밝혀 무산됐다.
쿠퍼티노보다 인구나 크기 면에서 월등히 앞서고 경제면에서도 한국의 웬만한 시단위보다 큰 서울의 구를 맺어주려 했지만 실패였다. 하지만 쿠퍼티노 입장에선 한국과 인연을 맺는 단 한 하나의 자매도시 기회를 이왕이면 어느 시에 속해 있는 구가 아닌, 독립된 시와 하겠다는 주장이 강했다.
이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 시들과의 자매도시 추진 시 지자체들이 인구수를 먼저 따져보는 경향이 있다”며 “인구나 면적보다는 작지만 얼마나 내실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천군의 경우 발레호와 자매도시를 맺기 위해 2년 여간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면 나중의 결실을 위해서라도 지속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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