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밥장인 김원일씨가 미국에 온 사연
▶ 30여권 요리책 영어버전으로 펴낼 계획
로버트 드니로 같은 파트너 만나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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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50개주에 내이름을 건 요리학교를 세우는 것이 꿈입니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요리를 접고 미국에 정착하려는 한국 최고의 스시장인 김원일(57, 사진)씨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다.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씨는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버금가는 요리학교를 세우고 싶다”면서 “한식, 중식, 일식,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제과제빵, 호텔서비스학과 등 7개 학과로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부유키 마추히사(세계적인 일식요리사)의 흑대구조림에 반해버린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사업파트너로 노부(Nobu)와 손잡고 세운 전세계 식당이 30여개가 넘는다”면서 “나를 알아봐주는 로버트 드 니로 같은 파트너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상에 2,000만원짜리 요리를 내는 최고급 식당으로 승부를 낸 후 돈을 벌면 요리학교를 세울 계획이다. 또 자신의 요리책을 영어로 펴낼 미국출판사와도 접촉중이다.
밥 하나로, 고등어 하나로 상상을 초월하는 500가지 레시피가 담긴 책(김원일의 밥요리, 김원일의 고등어요리), 칼쓰는 방법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소개한 ‘칼의 테크닉’을 비롯해 스테디셀러 ‘회’(10억원 판매수입) 등은 요리사들의 바이블로 통한다.
1957년 부산 출신인 김씨가 요리의 세계로 뛰어든 것은 고교 졸업후 호텔주방일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세계 3대 요리학교인 아베노쯔지 조리사전문학교를 다녔고 일본 도쿄의 고급레스랑 ‘퀸 엘리스’에서 일하다가 사장이 끊어준 비행기표를 들고 프랑스로 건너가 프랑스 요리를 배웠다. 1997년 경기도 분당에서 테이블 세개로 시작해서 최고의 일식당 ‘쯔루가메’를 일궈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미 국토안보국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외국인들에게만 발급하는 특별비자(O1)를 받아 미국에서 새둥지를 틀게 됐다. ‘과학, 예술, 교육, 체육’ 등에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이 비자는 ‘노벨상 수상이나 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김씨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출간한 30권의 요리책으로 재능을 인정받은 것이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엄격할 규율로 붓글씨, 꽃꽂이, 식품영양학 등 도제식 교육을 펼쳤지만 그의 수련법을 이겨내는 제자가 없었다. 모두들 중간에 힘들다고 포기해 버렸다.
김씨는 붓글씨를 가르치려고 들면 왜 이런것을 배워야 하느냐고 반발했지만 칼을 다루는 직업인 요리사는 인간됨됨이, 인성이 먼저 갖춰줘야 하며 특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단으로 붓글씨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일본에서는 요리사가 메뉴를 직접 붓글씨로 쓰고 그림도 그린다며 복어요리를 주문한 손님에게 붓글씨와 더불어 복어 그림을 선물로 준다면 단골이 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말했다.
그 역시 붓글씨를 배울 때 매일밤 11시부터 아침 7-8시까지 연습에 매진한 경험이 있다.
김씨는 “요리는 혼이 깃든 것”라며 “식재료에 대한 생태학적 영양적 이해가 기반이 돼야 하는데 모두들 기본을 외면하고 기술만 터득하려고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기본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요리학교로 장인정신, 예술가정신이 제대로 있는 사람을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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