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권 후 인종·증오범죄 잇따라…’남은 임기 최대 쟁점될 듯’
흑인교회 총격사건에 애도를 표하는 오바마
미국에서 인종 갈등을 유발하는 경찰의 총격이나 증오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 문제 개선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 이전에도 최근 미국에선 인종과 관련된 각종 총격 사건이 잇따라 여론이 들끓었다. 대부분은 흑인 시민에 대한 백인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이 문제가 됐다.
가장 최근의 예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과 가까운 노스찰스턴 지역에서는 지난 4월 비무장한 상태로 도망가는 흑인 월터 스콧(50)을 향해 경찰이 총격을 가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 일이 있었다.
총을 쏜 백인 경찰 토머스 슬레이저(33)는 처음에는 정당 방위였다고 주장했으나 시민이 제보한 영상에 그가 달아나는 스콧의 등을 조준해 무려 8발이나 총을 발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같은 달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도 경찰이 흑인 프레디 그레이(25)를 체포해 이송하는 과정에서 중상을 입혀 결국 체포 일주일 만에 그레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 시민 폭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앞서 지난해 8월 미주리주 퍼거슨에서는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백인 경찰의 총에 사망해 대규모 시위와 폭동이 일었다. 당시 ‘손들었으니 쏘지마’라는 구호는 퍼거슨 사태의 슬로건으로 미 전역에 퍼지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뉴욕에서도 길거리에서 가치 담배를 팔던 흑인 에릭 가너가 백인 경관의 ‘목조르기’로 사망했으나 대배심이 해당 경관에게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이번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은 아예 백인 시민이 흑인만을 골라 살해한 증오범죄 성격을 띠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범행 뒤 달아났다가 하루 만에 잡힌 용의자 딜런 로프(21)는 범행 직전 현장에서 "나는 흑인에게 총을 쏘려고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고질병인 이러한 흑백 갈등 문제가 이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거나 오히려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배출이라는 신화도 빛을 잃는 분위기다.
그 신화의 주인공인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도 재선에 성공한 뒤 2013년 1월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의 더 어두운 면"에 집중하겠다면서 분열과 증오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직후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침울한 목소리로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인종과 종교에 대한 증오가 우리의 민주주의, 이상을 위협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찰스턴 전역에서 흘러 넘치는 통합과 유대감, 사랑의 기운을 볼 때 오랜 증오의 흔적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러나 이러한 희망적인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표정이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면서 이는 미국 사회를 바꿔보고자 했던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낀 데서 오는 좌절감을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 또 그의 뒤를 이어 2016년 대선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유세기간 이러한 인종, 폭력문제가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차기 대선 주자들도 애도 성명 또는 메시지를 잇따라 발표했다.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사건이 발생한 찰스턴이 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에서의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성명을 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애도 메시지를 올렸으며,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안전과 ‘웰빙’에 대한 우리의 지각이 강탈당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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