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방한 성적 행동 여성들 ‘바소프레신’ 유전자 보유 탓
▶ 남성의 혼외 부적절 관계는 ‘원초적 종족번식’ 본능 때문
■ 10~15%가 ‘딴 짓’
미국인들은 혼외정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2013년도 갤럽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1%가 “외도나 오입은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중혼, 인간복제, 자살 등을 바라보는 시각보다 부정의 바이아스가 훨씬 강하다. 하지만 상당수가 ‘생각 따로 몸 따로’다. 지난 20년간 기혼 남성의 외도율은 꾸준히 21%선을 유지했다. 10명 중 2명 이상이 ‘딴 짓’을 한다는 뜻이다. 시카고대학 독립연구기구(NORC)의 일반사회 서베이를 통해 추출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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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큰 소리 칠 계제가 못 된다. 탱고는 혼자 추는 춤이 아니기 때문이다.
NORC의 서베이는 동거인이나 배우자를 둔 여성들 가운데 10~15%가 한 눈을 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물론 이 수치는 본인의 시인을 근거로 집계된 것이다. 따라서 실제 외도율은 이보다 높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성적 이탈이라는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불행한 부부관계, 일방 혹은 쌍방의 도덕적 결함, 아니면 사회적 가치의 붕괴부터 떠올린다.
정신과 상담의라고 다를 바 없다. 이들 역시 상담을 할 때 환자의 불안정한 가족사라든지 어린시절 부모의 성적 이탈로 인한 발달장애 등에 1차적인 초점을 맞추려든다. 그러나 이런 낡은 틀 안에서 부적절한 남녀관계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학계에서도 문화적·사회적 요인과 함께 유전자와 호르몬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유전적으로 또 진화론적으로 남성에게 강력한 ‘오입 충동’이 내재돼 있다는 주장은 정설로 받아들여진지 이미 오래다. 보다 많은 씨를 뿌려 종족을 보존하고 번식하려는 ‘원초적 본능’이 유전자에 각인된 채 대를 거듭하며 전해져 내려온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의 출산능력은 생리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잠자리 상대를 늘린다 해서 출산율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여성은 ‘다산 동물’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여성의 부정은 진화론적 동기를 결여하고 있다. 이들의 부정을 유도하는 동인은 참신한 잠자리 상대에 대한 욕구와 자극 추구 성향일 수 있다.
호기심 많은 과학자들이 이처럼 흥미로운 현상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이들이 진행 중인 새로운 리서치는 진화론적 유익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리적으로 선천적 외도 경향을 보이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이처럼 ‘혼외 결속’ 성향을 보이는 여성들은 대체로 바세프레신 수용체 변형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퀸스랜드대 심리학자인 브렌단 지트시 박사는 ‘외도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여성 그룹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7,400명의 핀란드 쌍둥이와 그들의 형제자매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참여자들은 최소한 1년 이상 이성과 관계를 가졌던 사람들로 제한됐다.
이 조사를 통해 지트시 박사는 분방한 성생활과 특정한 바소프레신 및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 사이의 뚜렷한 연관 고리를 발견했다.
바소프레신은 상대에 대한 신뢰와 공감, 성적 유대 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다. 따라서 이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인간의 성적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지트시 박사의 조사에서 전체 참여자들 가운데 남성의 9.8%와 여성의 6.4%가 이전의 1년 동안 최소한 2명 이상의 섹스 파트너를 두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진화와 인간행동’에 발표된 지트시 박사의 연구 보고서는 서로 다른 5개의 바소프레신 유전자와 여성의 외도 사이에 중대한 연관성이 존재하는 반면 남녀를 불문하고 옥시토신 유전자와 성적 행동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보여준다.
여성의 분방한 성적 행동의 40%가 유전자 영향이라는 결론을 끌어낸 지트시 박사는 “복잡한 성 편력은 부적절한 관계에 기꺼이 응해 줄 상대를 전제로 한다”며 “환경적 요인을 비롯, 숫한 전제조건을 필요로 하는 외도에서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처럼 크다는 게 놀랍다”고 지적했다.
지트시 박사의 조사는 이제까지 이루어진 유사 연구 가운데 최대 규모에 해당하지만 바소프레신 유전자와 남성의 성적 분방성 사이에 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인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국립정신건강연구소 디렉터인 토머스 인셀 박사는 야생 들쥐인 초원 쥐와 산악 쥐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바소프린과 옥시토신의 효과에 관한 실마리를 찾아냈다.
서로 사촌 간이지만 초원 쥐는 지극히 가정적인 반면 산악 쥐는 방탕하다.
초원 쥐는 교미를 한 상대와 땅굴을 파 보금자리를 만들고 자식을 낳아 기른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모범적인 일부일처제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 가운데 일부일처제를 시행하는 종족은 전체의 3~5%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탈자’들이 수두룩하다.
초원 쥐와 산악 쥐의 뇌를 보면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가 완전히 다른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초원 쥐의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는 뇌의 ‘보상센터’ 가까운 곳에서 주로 발견되는 데 비해 산악 쥐의 동일 유전자는 편도체에 놓여 있다.
보상센터는 외부자극에 대한 쾌락적 반응을, 편도체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처리한다. 따라서 초원 쥐는 교미를 통해 성적 유대감을 형성한 상대에 평생 집착하는 반면 산악 쥐는 닥치는 대로 교미를 하면서도 상대와의 애정결속을 이루지 못한 채 원-나잇-스탠드로 일관한다.
바이러스를 수송체로 삼아 수컷 산악 쥐의 뇌 보상센터에 다량의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를 주입하면 산악 쥐 역시 ‘일편단심의 애처가’로 변화된다. 암컷 산악 쥐의 보상센터에 옥시토신을 대량 투입해도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임상실험을 통해 이들 호르몬이 성적 결속력뿐 아니라 신뢰감과 사회적 유대감을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대인 신뢰 및 사회적 유대감 결핍 증세를 보이는 자폐아나 낯선 타인에 대한 무차별적 신뢰가 주된 증상인 희귀유전 질환 윌리엄스 증후군에 걸린 아동을 치료하는데 바소프레신과 옥시코신이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뉴욕타임스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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