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멕시코서 식당 운영 한인‘공포의 나흘’
▶ 아내가 소굴 찾아가 몸값 내고 풀려나
“모두 이제 꼼짝없이 죽었구나 생각했습니다” 멕시코 한인이 몸값을 노린 멕시코 북부의 악명 높은 마약 갱단에 의해 납치돼 나흘간 총기로 생명을 위협당하다가 가족들이 직접 몸값을 지불한 뒤에야 구사일생으로 풀려난 사건이 발생해 현지 한인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멕시코 현지 한인들에 따르면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조그마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인 이모(46)씨는 멕시코시티 시내 한인 업소들에 납품할 식료품 구입을 위해 미국 국경을 넘어 휴스턴에서 물품을 산 뒤 현지인 운전기사를 대동해 돌아오는 길에 총기로 무장한 괴한 2명에게 납치됐다가 나흘 만에 겨우 풀려난 것이다.
이씨가 갱단에 납치된 것은 지난 2일 오전 8시30분께. 휴스턴에서 구매를 마친 뒤 다시 멕시코로 진입해 남쪽으로 약 60마일 떨어진 타마울리파스주의 한 시골마을 국도변을 달리던 중이었다.
이씨는 납치되자마자 눈이 가려지고 쇠고랑이 채워진 채 산속의 한 건물에 감금됐고 괴한들은 부인 박모(47)씨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을 요구했다.
박씨는 마약 갱단 조직을 상대로 한 현지 경찰의 수사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점, 경찰에게 알리면 오히려 남편의 목숨이 위험한 점 등을 고려해 외부에 알리지 않고 현지 한인 몇몇과 함께 협상을 벌였다.
애초 갱단이 요구한 몸값을 절반 이상 깎은 박씨는 이날 새벽 다른 한인 2명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차를 빌려 갱단이 오라는 곳으로 향했다. 접선장소를 수차례 바꾸는 갱단의 지시대로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타마울리파스주의 후미진 산속이었고 주변은 말 그대로 ‘소굴’과 같은 곳이었다.
산길 속에서 남편이 타고 있는 듯한 차량을 마주친 박씨는 “인질이 살아 있는지 보여 달라”고 요구했고, 갱단은 남편을 차에서 끌어낸 뒤 복면을 벗겨 확인을 시켜줬다. 박씨와 함께 간 지인들 중 한 명이 “내가 나가서 돈을 건네겠다”고 했으나 박씨는 “여자에게 해를 입히겠느냐”며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말하고 차 밖으로 나갔다.
총부리를 겨눈 채 돈 봉투를 확인한 갱단 조직원은 이를 낚아채 달아나듯 현장을 벗어났고 이어 이씨를 내보냈다. 납치한 사람을 죄의식 없이 살해하는 잔인한 마약 갱단의 특성을 아는 이씨 부부는 그 순간이 생사의 갈림길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갱단이 ‘달려가’라고 말했으나 뒤에서 총알이 날아올까 너무나 두려워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걸어가면서 복면을 벗었지만 멀리서 보니 아내가 탄 차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모두 죽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몸서리쳤다.
석방되기까지도 아슬아슬한 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아내 박씨 일행이 탄 비행기가 연착하자 최초 접선장소로 가던 갱단은 차를 돌렸고, 그 순간 안에 타고 있던 이씨는 “협상이 결렬됐고 나도 끝났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잡혀 있는 동안 잠은 거의 못 잤고 멕시코인 2명이 납치돼 들어오자 같은 방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공포를 달랬다.
납치범들이 준 음식은 토티야 몇 조각과 물, 소금이 전부였다. 이들 부부는 멕시코에 16년 전 이민을 와 갖은 일을 하면서 고생한 끝에 2년 전 한인 가게가 밀집한 지역에 식당을 차렸고 최근 지인 몇 명과 함께 미국 휴스턴 등지에서 식료품을 구입해 한인 가게에 납품하는 일을 시작했다.
휴스턴에 식료품을 구매하러 가는 멕시코 한인들은 접경지역의 길목을 지키는 갱단을 피하려고 멕시코시티에서 새벽에 출발, 17시간동안 1,000마일이 넘는 거리를 교대로 운전해 미국 국경을 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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