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 연설로 ‘남부연합기’ 즉각 퇴출 요구한 혼 의원(AP)
지난 8일 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컬럼비아의 주(州) 하원 의사당.
인종 차별주의 논란을 부른 남부연합기를 공공장소에서 달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의 투표를 놓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의원들이 찬반 연설에 나섰다.
이에 앞서 주 상원은 6일 찬성 36, 반대 3이라는 압도적인 투표로 공공장소에서 남부연합기 퇴출을 가결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며 하원에서 투표를 지연하자 참다못한 한 여성 백인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연설대에 올랐다.
공화당 소속으로 찰스턴을 지역구로 둔 제니 앤더슨 혼(42)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주 의사당을 비롯해 주 내 공공 기관에서 남부연합기를 당장 내려야 한다고 읍소했다.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 노예제 존치를 주장하며 북부군(연방군)에 맞선 남부연합의 대통령인 제퍼슨 데이비스를 조상으로 뒀다고 밝힌 혼 의원은 남부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남부연합 깃발을 계속 지켜야 한다는 논리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찰스턴 시민은 마땅히 남부연합 깃발을 즉각 내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달 17일 백인 우월주의자인 백인 청년 딜런 루프(21)가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성경 공부를 하던 흑인 9명을 살해한 참사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남부연합기를 휘날리던 루프의 사진이 발견되면서 남부연합기 퇴출 운동은 미국 전방위로 확산했다.
혼 의원은 "우리 의회가 증오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퇴출하는 것과 같은 의미 있는 행동을 할 용기를 보이지 못한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투표가 지연되는 행태에 분노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법안 수정에 표를 던지는 의원은 남부연합기가 계속 펄럭이는 것을 보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며 "이는 (참사의 희생자로 목사이자 주 상원의원이던) 클레멘타 핑크니 의원 유족을 설상가상의 상황으로 내모는 것으로 나는 그러한 일당이 되고 싶지 않다"면서 동료 의원들로 하여금 남부연합기 퇴출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혼 의원은 남부연합기 퇴출 법안을 수정하는 것은 찰스턴 주민들에게 ‘의회가 당신을 돌보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당장 오늘 이 깃발을 내리도록 투표해야 한다고 눈물을 흘리며 소리치기도 했다.
약 4분간의 격정 연설이 끝난 뒤 의회 곳곳에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고, 또 미국 전역에서 혼 의원에 대한 칭찬이 쇄도했다고 미국 언론은 소개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하원은 9일 새벽에서야 법안을 원안대로 표결에 부쳐 찬성 94, 반대 20으로 가결했다.
NBC 방송에 따르면 의정 생활 7년차인 혼 의원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영문학과 법학을 차례로 공부한 뒤 변호사로 활동했다.
평생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살아온 주민으로 남부연합깃발에 대한 찬반 여론을 누구보다 잘 안다던 혼 의원은 이날 연설에 대해 "나는 옳은 일을 했고, 그 일은 때로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말로 소회를 피력했다.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9일 오후 4시 주 상·하원을 통과한 법안에 서명하면 24시간 후부터 즉각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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