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13일(현지시간)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이사회 건물에서 유로존 정상들과 회동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2015.07.13 2015-07-13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를 놓고 ‘치킨 게임’으로 비유되던 지루한 힘겨루기가 13일(현지시간)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됐다.
AFP 통신은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담 상임의장의 말을 인용,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담이 그리스 해법을 ‘만장일치’로 타결했다고 보도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도 유로존 지도자들이 그리스에 3차 구제금융을 제공한다는 데 합의, 그리스 채무 위기 해결을 위한 마라톤 협상이 타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그리스와 유로존의 극적 타결을 가능케 한 합의를 놓고 채권단의 양보보다는 치프라스의 항복 가능성에 더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돈줄이 끊겨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스만 불리해지는 상황에서 치프라스의 고집도 결국 돈 앞에 꺾인 것으로 보는 것이다.
◇ 채권단에 백기 든 치프라스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안에 대해 국민투표라는 깜짝 카드를 끌어들여 명분있는 퇴짜를 놓았던 치프라스는 채권단의 기대치보다 높은 개혁안을 내놓고도 되려 퇴짜를 맞자 벼랑 끝에서 더 버텨낼 힘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3일 타결을 일궈내기 전까지 치프라스를 바라보는 시선도 비관적인 기류가 지배적이었다.
마켓워치는 유로존이 그리스에 대한 새로운 구제금융 거래에 근접했지만, 유럽의 지도자들이 고려하고 있는 합의는 채권단의 요구에 대해 치프라스 총리의 거의 완전한 항복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럽의 지도자들이 12일(현지시간) 치프라스 총리에게 (그의)원칙을 버리거나, 유로존을 떠나는 것 중 택일을 요구하는 ‘간단한’ 선택권을 줬다면서 그리스의 돈은 다 떨어졌고 지난 2주 동안 은행들은 문을 닫은 가운데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고 보도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에 남길 원한다고 말했지만 그리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을 하지 않고, 6월30일부로 2차 구제금융 패키지가 소멸되면서 금융이 불확실한 상태에 있었다.
아테네에서 긴축정책을 반대한 국민투표 후에 유로 지역의 정책 입안자들은 동력이 약해 ‘치프라스의 저항’에 대해 자신들의 유리한 입장을 밀어붙였다.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 정상회의에서 치프라스 총리는 긴 목록의 개혁안을 제출했지만 유로존 지역의 정상들은 3차 구제금융을 지원해주는 대신 그들의 주요 요구 사항이 지켜질 수 있도록 치프라스 총리에게 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는 등 국민투표 이전보다 더욱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던 게 사실이다.
치프라스 총리가 지난주 승인했던 연금 삭감과 판매세 인상 요구 외에도 500억 유로 규모의 그리스 국유자산을 룩셈부르크로 옮겨 이를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고 이전에 구제금융 약속에 저항했던 사람들의 해고까지 요구할 정도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몇 달 동안의 그리스 경제 상태가 악화된 것을 고려한다면 상황은 매우 어렵다"며 "하지만 그리스는 믿음과 신뢰의 측면에서도 잃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다만 유럽의 채권단 내부에서는 그리스 해법을 놓고 온도차는 작지 않았다.
지난 주말 재무장관 회의와 정상회의에서는 ‘강경파’ 독일이 다른 나라와의 시각차가 뚜렷했다. 독일이 그리스에 대해 일시적으로 유로존에서 떠나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의 일시적인 유로존 퇴출을 거부했다.
결국 유로존의 지도자들도 그렉시트는 곧 유로존의 실패 혹은 붕괴를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스에 대한 가혹한 ‘처벌’ 대신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치프라스, 그리스의 성난 민심 어떡하나
월 스트리트 저널은 좌파 정부의 총리 치프라스가 유럽의 구제금융 정책에 도전하는데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유럽에서 무력한 왕따(pariah)의 처지가 되었다면서 채권단의 무거운 압력 속에 치프라스 정부의 몰락은 유럽의 많은 정책 입안자들을 기쁘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치프라스가 그리스 국내에서도 왕따의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치프라스가 지난 9일 채권단이 요구한 것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매는 개혁안을 내놓자 그리스 국민들의 상당수는 긴축을 반대한 국민투표 결과를 무시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유로존과의 중간 협상 과정에서도 그리스 안팎에서는 불만이 흘러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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