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왜 싸우려 드는가 / 와카쿠와 미도리 지음
‘이 책은 절박한 위기에 처한 현대의 가장 커다란 위험은 전쟁이며,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가부장제 남성 지배형 국가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쓰여졌다.’(서문 中)
첫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책은 남성이 주체가 된 가부장제 사회가 국가를 이루게 되면 필연적으로 전쟁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남자와 여자를 개체(생물학적 성)로서의 수컷, 암컷이 아닌, ‘역사적·사회적·문화적으로 구성된 남성성·여성성’으로서의 젠더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젠더에 의한 성별 역할 분업’, 즉 여성에겐 얌전하고 아름다운 무엇과 모성을 강조하고 남성에겐 용맹함을 강조하는 사회 질서가 굳어지며 싸움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전쟁은 마초적인 남성들이 이익을 독점하고 자기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익을 나누어주지 않기 위해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해 힘을 과시하고 공포를 통해 사람을 지배하는 시스템이다.’ 페미니즘에 입각한 저자의 전쟁론은 그간의 연구와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세 개의 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전쟁은 왜 그치지 않는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군가에겐 일방적이기만 한 접근일 테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죽음을 찬미하는 젊은이를 대량으로 만들어낸 고대 그리스 신화부터 전쟁이 존재하지 않았던 모계제 시대, 전쟁에서 여성의 역할, 전쟁터에서의 강제 매춘·성폭력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이슈를 언급하며 나름의 논리를 펼친다.
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가부장제 사회의 폭력은 여전히 여성에게 상처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식민지와 점령지에서 여성들은 매춘을 강제당하고 강간당하고 살해당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려 애쓰는 여성들에게 남성 동맹은 또다시 위협과 협박을 가하고 있다.’책의 결론은 예상했던 바대로다. 싸우려 드는 남자들에 맞서 여성이 용기와 연대를 가져야 하고, 여성이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장을 지지하느냐 마느냐를 떠나 ‘정해진 결론’을 검증하고 이해시키려는 과정과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예시는 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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