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탈스런 입맛 불구, 소탈한 길거리 음식에 열광
▶ 금년 7월부터 56대에 지정장소 시범영업 허가
4년 전 LA출신의 요리사 크리스틴 프레데릭이 시작, 파리에 푸드트럭 붐을 몰고온 ‘까미용 끼 퓸’.
금년부터 파리의 푸드트럭도 지정장소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내려졌다. 신청을 접수한 158개 푸드트럭 중 일단 56대가 선정되어 7월1일부터 장사를 시작한 것. 뉴욕의 델리를 본뜬 푸드트럭 ‘뷰겔스키’ 앞엔 간이테이블과 의자도 마련되었다.
미슐랭 별을 받은 고급식당들이 즐비하고 세계의 유명 쉐프들과 일류 요리학교들이 모여 있는 프랑스 파리는 어렸을 때부터 최상의 맛에 길들여져 온 파리지앵들이 자부하는 세계 미식의 수도다. 그런데 까탈스러운 입맛으로 유명한 파리가 요즘 소탈한 길거리 음식에 열광하고 있다. 고메 버거와, 타코, 바비큐 포크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이 파리 곳곳에 자리 잡으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오래 끌어온 당국의 허가가 나온 금년 들어서는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일시적인 유행,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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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은 새로운 음식문화이지요. 프랑스 미식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을 만 합니다”라고 파리 시장 앤 히달고는 말한다.
시 당국은 금년 7월1일부터 파리의 40개 특별지정 장소에서 선정된 푸드트럭들이 1년간 시범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지원한 158개 업체 중 품질, 친환경, 일자리 창출 잠재력들을 기준으로 심사하여 56개 푸드트럭을 선정했다.
파리에 푸드트럭 문화를 전파하기 시작한 캘리포니아 출신 크리스틴 프레데릭(34)의 트럭 앞에서 ‘늘 줄 서 기다리느라 늘 배고팠던’ 고객들에겐 희소식이다.
파리의 유명 요리학교 ‘페랑디’ 졸업생인 프레데릭이 파리에서 푸드트럭을 시작한 것은 4년 전이다. 고향인 LA의 푸드트럭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까미용 키 퓸’(Smoking Truck)’을 오픈하고 블루치즈와 노릇노릇하게 익힌 양파, 와인소스 등으로 맛을 낸 고메 버거를 팔기 시작했다.
당시 시 조례는 푸드트럭은 콘서트, 페어 등 특별 행사가 열릴 때나 개인소유지, 혹은 거리시장 등에서만 영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었다. 푸드트럭 업주들은 소셜미디어나 음식 블로거들에 의존해 다음 영업장소가 어딘지를 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호기심 많은 파리지앵 길거리 음식 팬들은 급속도로 늘어났다.
길거리 음식을 경시하며 기존 식당들에 대한 어떤 영향도 허용치 않으려는 당국의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프레데릭의 푸드트럭, ‘까미용 끼 퓸’의 인기는 날로 더해갔다. 트럭이 머무는 곳마다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처음엔 하루 30~40개 버거를 팔 것으로 생각했는데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믿기 힘들 정도였어요. 트럭엔 나 혼자 뿐이었는데 내 앞엔 150명이 늘어서 있었으니까요. 버거 하나 먹으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문이 났지요”라고 프레데릭은 당시를 회상한다.
이 같은 대성공이 눈에 안 뜨일 리가 없었다. 2012년 샌프란시스코 출신 조단 페일더스가 타코와 엔칠라다를 선보인 ‘라 칸티네 캘리포니아’를 오픈했고 이어 수많은 푸드트럭들이 파리 거리에 등장했다.
“처음 파리에서 푸드트럭을 보았을 때 아, 저거구나라고 무릎을 쳤다”는 시릴 드디유(33)는 뉴욕과 몬트리얼의 델리에서 영감을 얻은 푸드트럭 ‘뷰겔스키’를 창업했다.
파리시내 북동쪽에서 영업을 시작한 뷰겔스키의 첫 고객들은 그러나 델리의 대표음식 중 하나인 ‘패스트라미’(양념한 소고기를 훈제하여 차게 식힌 것)를 알지 못했다. 대부분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들은 줄곧 베이글에 얹은 치킨만을 주문했다.
“어느 날 내가 머리를 짜내 치킨이 다 떨어졌다고 하면서 패스트라미를 권했지요”라고 드디유는 말한다. “일부 단골들이 패스트라미를 먹어보더니 너무 맛있다는 겁니다. 물론 다음엔 계속 패스트라미를 주문했지요”
그후 파리의 푸드트럭들은 다양해졌다. 모짜렐라 치즈 샐러드, 바비큐 포크 샌드위치, 피시앤 칩스에서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 미(banh mi), 베네수엘라의 아레빠스도 서브된다.
파리에서도 푸드트럭이 아주 생소한 것은 아니다. 전에도 있었다. 피자트럭이 리비에라를 오가기도 했고 벨 기에 국경부근에선 프라이를 서브하는 밴도 있었다. 그러나 금년 7월 전까지는 파리에선 잠시 정차할 수 있는 정도가 전부였었다.
이제는 파리의 20개구 중 절반이 푸드트럭에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당국은 시범영업 기간인 금년 중에 관련방침을 검토할 예정이다.
거리 음식 열기를 맨 먼저 보여준 곳은 파리외곽의 상가지역들이다.
라데팡스의 상가, 베네수엘라 음식 전문 푸드트럭 ‘아지 둘체’ 앞 긴 줄에 서 있던 마르셀라 로페즈(29)는 “언제나 같은 그곳에 내가 자주 가는 카페가 있기는 하지요. 그러나 때로는 무언가 좀 다른 걸 체험할 기회를 갖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며칠 전엔 타이 푸드트럭도 왔었다”고 전한 그는 오픈마인드로 새로운 것을 값싸게 맛보는 즐거움이 크다면서 ‘푸드트럭’이라는 새로운 음식문화를 적극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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