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경력 전혀 없고, 유세도 안해 “기호 1번, 남성후보”가 승리 요인
▶ 몰락하는 남부 민주당의 단면 상징
로버트 그레이(오른쪽)가 잭슨시 민주당 사무실에서 릭키 코울 미시시피 민주당 위원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트럭 앞에 선 로버트 그레이. 8월 예비선거에서 미시시피 주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선출되었다.
지난 8월4일 실시된 미시시피 주 예비선거에서 무명의 트럭운전사가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선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출마 사실을 사전에 알았던 지인은 3명에 불과했다. 그에게서 후보등록비 300달러와 지원서를 받아 주 민주당 본부에 접수한 2명의 자원봉사자와 그때 우연히 본부 사무실에 있었던 주 농무 커미셔너 후보뿐이었다.
그밖엔 누구도, 함께 사는 그의 어머니조차도 알지 못했다. 어머니는 투표소 후보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보고 아들에게 한 표를 던졌지만 둥근 얼굴에 부드러운 말씨, 잭슨시 남쪽 한적한 시골에 사는 46세의 장거리 트럭 운전사인 그레이 자신은 일이 너무 바빠서 투표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이는 민주당 경선에서 미시시피 전체 82개 카운티 중 79개에서 승리, 당 주지사 후보로 선출되었다.
정치 경력이 전혀 없고 캠페인도 안한 그레이가 자신과는 달리 돈을 써가며 캠페인을 한 다른 2명의 후보를 누른 것이다. 민주당도 놀랐고 뉴스미디어도 놀랐다. 민주당 주지사 후보가 된 그레이도 여기저기 인터뷰하면서 계속 트럭에 감자 등 화물을 가득 싣고 장거리를 뛰느라 분주해졌다.
남부 민주당의 이 같은 이변은 전에도 있었다. 2010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선 역시 무명의 앨빈 그린이 연방 상원의원 후보로 선출됐고 2014년 테네시 주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선출된 찰리 브라운도 엉뚱한 낯선 얼굴이었다. (둘 다 공화당에 참패했다.) 이들과 이번 그레이의 승리는 현재 남부지역 민주당의 몰락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 때 미 남부정치의 중심이었던 정당이 지금은 자신들의 주지사 후보가 승리한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야 하는 궁색한 처지에 빠졌다 : “그의 이름이 투표용지 맨 위에 있는데다가 남자 후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 민주당 행정디렉터 재클린 에미머스의 대답이다.
미시시피 유권자들은 당적에 따라 등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민주당 후보 경선에 투표한 상당수는 공화당 유권자로 분석된다. 그래서 잘 알지도 못하는 그레이 같은 무명 후보가 선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예비선거에서 그레이의 라이벌은 두 명 다 여성이었다. 그러나 어떤 후보였어도 현직을 이길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공화당의 필 브라이언트 현 주지사의 재선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민주당 예비선거가 사실상의 본 선거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세가 완연히 기울었다. 주 전체 선거에선 공화당 표가 압도적이며 당파가 그 어느 때보다 인종적으로 갈라진 지역에서 주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미시시피 민주당이 금년 선거에서 힘을 쏟는 분야는 주지사 선거가 아니라 주하원의 주도권 재탈환이다. 호기심을 끄는 주지사 후보가 나왔다 해도 이 같은 민주당의 플랜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들을 난감하게 하는 것은 그레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다. MSNBC에서부터 전문 트럭운전사들을 위한 잡지 로드킹에 이르기까지 그레이에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본선 캠페인에 접어들었지만 그의 선거 참모는 여동생 앤젤라 그레이(45)와 아이다호에서 3년 전 이사 온 백인 엔지니어로 이번 캠페인을 새로운 민권운동의 태동으로 보는 드와이트 우츠(57) 정도다. 후보인 그레이 자신은 워낙 민폐 끼치기를 꺼려하는 내성적 성격이어서 적극적인 유세를 펼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빈곤층과 근로계층에 대한 정부 지원이 계속 줄고 왔으며 주정부는 너무 오랫동안 방향을 잃고 있다고 그레이는 자신이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메디케이드를 확대하고 기간시설과 교육에 돈을 더 쓰면 훨씬 좋아질 것이라며 “자동차는 있는데 운전하는 사람이 방향을 모른다”고 말한 그레이는 “변화를 원한다면 누군가는 앞장 서야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공약을 단순하게 설명했다. “우리 주지사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난 기본적으로 그가 현재 하는 것과 반대로 할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