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대 중반부터 이주… 가난한 유학생·파독 광부
▶ 주류사회 진출 한인 많아… 의사·엔지니어 등 전문직 학군 좋은 외곽으로 이주
※광복 70돌 특별 기획
【시카고 한인사회를 가다】
① 정중동, 창조성 강한 한인사회
시카고 한인사회는 가장 미국다운 도시의 한 구성원으로서 결코 화려하지 않고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은 모습으로 주류사회 깊숙이 파고들며 한민족의 자부심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밖으로는 조용하지만 안으로는 끈임 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정중동의 사회. 불협화음을 모아 아름다운 화음으로 바꾸어낼 줄 아는 창조적 사회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자체건물 소유 단체 많아
시카고 한인들은 대체로 보수적인 인상을 준다. 정치성향으로서가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 대륙의 중앙이라는 지리적 기질에 걸맞게 잘 흔들리지 않는 끈기가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2000년대 중반 두 차례 시카고 한인회장을 지낸 김길영 미주 중서부 한인회 연합회장은 “시카고는 대륙 중앙에 위치해 충청도와 비슷한 곳으로 다른 지역과는 달리 가장 미국적으로 도시화된 곳"이라면서 “이곳 한인사회 역시 중앙 도시의 기질에 걸맞게 고집스럽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간다"고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시카고 한인사회에는 자체 건물을 소유한 단체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곳이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이다. 남가주 한인 인구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카고 한인사회(센서스 7만명, 비공식 20만명)가 자체 기금으로 조성한 건물이다. 시카고 북부 조용한 외곽 도시 ‘위닝’에 대지 3에이커의 5개 단층 건물로 이뤄진 이곳은 전시 공간, 박물관, 공연장, 문화 교실, 한국어교실 등등을 갖춘 종합 문화센터다.
82년 미주 최초로 순수 한인 자본으로만 모아 구입한 시카고 한인회부터 상공회의소, 복지회, 노인회, 상록회. YMCA 등등 대략 7개는 된다고 한다. 이들 건물을 모아도 1,000만달러는 넘는다니 부러운 생각이다.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한인단체들의 자본력을 모아 시카고 한인사회에 대단위 원스탑 커뮤니티 센터를 건립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시카고 한인사회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 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거지 따라 한인상권 분산
시카고에는 내놓고 부를 만한 ‘한인타운’이 없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예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을 흔적만 남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유학생과 의사, 엔지니어 등 주류사회 직장에 근무하는 전문직 한인들이 특히 많은 데다가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은 한인들이 시 외곽도시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학군 좋은 외곽 곳곳으로 이주하는 한인들을 따라 한인 상권들 역시 분산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시카고에 한인타운이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60년대 중반부터다.
미국 이민법 개정에 따라 60대 중반 이후 한국서 이주해온 가난한 한인들과 파독 광부, 또 돈없는 유학생들이 직장 많은 다운타운과 가깝고 주거비가 싼 곳에 하나둘 모이면서 ‘클락’ 거리에 한인타운이 형성됐다.
하지만 7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안정을 찾은 한인들이 북상하면서 ‘로렌스’길과 ‘브림마’로 옮겨진 한인타운은 90년대 말부터 시카고 경기와 맞물려 쇠퇴하면서 지금은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크기가 줄어들었다. 이들 지역에는 현재 히스패닉, 인도인, 중동인 등 모인 다인종 타운으로 변했다.
시카고 한인타운의 시초는 67년 박영수란 사람이 클락길에 오픈한 ‘삼미장’이라는 식당이라고 한다.
2012년 발간된 ‘시카고 한인 이민사’에 따르면 ‘삼미장’을 시작으로 68년 셰필드 길에 ‘아리랑 식품’ 클락길에 ‘코리아팜’ ‘고려식품’ ‘맛나 식품‘서울여행사’ ‘코리아식당’ 등 1970년대 중반까지 60여곳의 한인 중심사업체가 이곳에 들어서면서 초기 시카고 한인타운을 형성했다.
197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재정적 안정을 찾은 한인들이 북쪽과 서쪽으로 이주하자 한인타운은 유대인 사업체가 떠나 비어 있는 ‘로렌스’ 길을 중심으로 ‘몬트로즈’, ‘브린마’, ‘킴벌’ 등지로 옮기며 제2의 한인타운기를 맡게된다. 1980년 초 일대에는 270여 한인 상점이 자리를 잡으며 시카고 한인사회의 얼굴 역할을 했다.
기자도 미시간에서 유학생활을 보내던 80년대 말 ‘로렌스’길의 한인마켓을 정기적으로 찾아 한국 음식을 구입한 기억이 남아 있는 추억의 거리이기도 하다.
1990년대 이후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이민자들이 유입된 데다가 부를 축적한 기존 한인들도 교육과 주거 환경이 좋은 북쪽지역으로 옮겨가면서 ‘로렌스’ 한인 상권은 쇠퇴기에 접어든다. 더군다나 대형 한인 마켓 2곳이 북쪽 한인 주거지역 진출로 인해 전통 소규모 한인마켓들의 잇단 폐업도 타운 쇠퇴의 한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시카고 남부 흑인 지역에서 미용재료, 잡화상, 의류업소를 운영하는 한인들이 남부지역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으면서 ‘로렌스 한인상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지금 시카고 한인 상권은 ‘로렌스 상권’에서 북쪽으로 30여분 거리인 나일스, 글렌뷰, 브룩 등지로 분산돼 있다.
■서울 드라이브
시카고에는 한인사회를 상징하는 3개의 도로 표지가 또 다른 자랑거리다. 하나는 유대인들이 버리고 떠난 ‘로렌스’ 일대 상권을 되살린 공로로 시카고 시의회가 제정한 ‘명예 서울거리’(Honorary Seoul Drive)와 미용재료상으로 성공한 진안순씨의 이름을 딴 ‘진안순 거리’(Ann S. Jhin Way), 그리고 통행이 많은 고속도로에 한인타운 출구를 알리는 ‘한인타운’(Korea Town) 표시판이다.
서울 드라이브는 1992년 시의회 만장일치로 결정돼 1993년 5월 ‘로렌스’길 표시판 바로 밑에 설치됐다. 또 ‘코리아타운’ 표시판은 지금은 독직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물러난 친한파 라드 블라고야비치 당시 일리노이 주지사의 노력으로 고속도로 상하 구간 ‘로렌스’ 출구에 세워졌다.
진안순 거리는 30년간 중서부 최대 미용재료 도매업체인 지니 뷰티를 운영한 진안순 현 시카고 한인회장의 이름을 따 지니뷰티 사옥 앞에 올 4월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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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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