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연준(AP)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2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으로 확신하던 세계 경제에 파리 테러라는 변수가 생겼다.
유럽 대륙에서 자연재해나 사고를 제외하고 최악 수준의 인명피해를 낸 파리 테러는 전 세계에 2001년 9.11테러에 버금가는 충격을 던져줬다.
이번 테러는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공포감이 극대화돼 세계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IS가 추가테러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에 미국도 테러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여온 미국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 연준은 앞서 2001년 9.11테러 당시 미국경제가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하자 기준금리를 급격히 내리는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연내 금리인상 재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0∼0.25%의 '제로금리'를 유지해온 연준이 12월부터 금리인상 재개를 시작한다면 이는 7년 만의 인상이 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12월에 시작되더라도 속도는 내년 말까지 3∼4차례 인상하는 수준에 그쳐 역사상 가장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연준 12월 금리 인상 확실→미지수로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파리 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제금융시장과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이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WSJ는 6∼10일 미국 경제전문가 6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2%가 연준이 다음 달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한 경제전문가의 비율은 10월초 64%에서 한 달 만에 무려 28%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연방기준금리 선물가격에 반영된 시장 참가자들의 12월 인상 예상확률도 68%로 불과 2주 전 3분의 1 수준에서 2배로 뛰었다.
지난달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 다음 회의 때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고, 10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자 경제전문가들과 금융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금리 인상 기대가 확신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WSJ의 조사대상 경제전문가 중 65%는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신뢰도에 타격이 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션 스네이스 미국 플로리다중앙대학 경제경쟁력연구소장은 "연준은 올해 금리인상을 재개한다고 수없이 말해왔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양치기 소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3일(현지시간) 미국 소매판매 지표가 전월보다 0.1% 증가하는데 그쳐 예상치(0.3%)보다 크게 부진하게 나온데다 파리테러가 발생하면서 분위기는 상당히 반전됐다.
KDB대우증권 윤여삼 채권팀장은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미국 소비지표가 부진하게 나온데다 파리 테러로 인한 충격으로 유럽경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도 테러공포에서 자유롭지 않게 돼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경제전문가들 "인상속도 내년 말까지 2∼4차례…역사상 가장 완만"
경제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재개하더라도 내년 말까지 금리 인상 횟수가 2∼4차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평균 1.375%, 2017년에는 2.625%, 2018년 이후에는 3.3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 9월 연준 위원들이 제시한 예측치의 평균이다.
이에 따르면 연준은 2008년 12월 이후 7년간 0∼0.25%로 유지했던 기준금리를 2018년 말까지 3년간 3.35%포인트 올리게 되는 셈이다.
미국은 직전 금리 인상기였던 2004∼2006년 3년간 17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을 단행해 1.0%였던 기준금리를 5.25%로 4.25%포인트 끌어올린 바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연준이 내년말까지 4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정도 속도의 긴축은 세계경제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CS는 내다봤다.
KDB대우증권 윤 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이 재개되더라도 역사적으로 가장 완만한 금리정상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직전 금리 인상기였던 2004년에는 FOMC 회의마다 금리를 올래 연간 8차례 인상했었는데, 이번에는 아무리 빨라도 분기당 1차례씩밖에 못해 내년 말 기준금리가 0.75∼1.00% 수준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는 계속 하향조정돼 왔고 다음 달 FOMC 때에 추가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민간소비는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기업은 달러 강세와 조달비용 상승으로 안 좋은 상황이어서 금리를 빨리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신동준 자산전략본부장은 "연준이 12월 금리 인상을 재개하면 내년에 최대 2차례 올려, 내년 말 금리가 0.75%에 이를 것"면서 "직전 금리 인상기와 달리 경기개선속도가 매우 느려졌고 저성장, 고령화, 신흥국 부채 문제 등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재개되더라도 과거처럼 큰 폭으로 급격히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한국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가 급락·미국 자금이탈 대비…금융시장 우려 증폭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는 금융시장에 이미 반영돼왔다.
미국 고용지표 발표 이후 다음 달 금리 인상 재개에 대한 우려가 확신으로 바뀌면서 지난주 전 세계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7∼1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3.71%,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3.6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26% 각각 하락했다.
같은 기간에 한국의 코스피는 3.32%, 코스닥은 3.41% 떨어졌으며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도 3.55% 하락했다.
영국 FTSE 100지수는 3.71%, 독일 DAX 30지수와 프랑스 CAC 40지수도 각각 2.54%, 3.54% 내렸다.
연준이 1994년과 1999년, 2004년에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한국의 주가는 10∼20% 하락했다. 같은 시기 신흥국의 주가 하락폭은 8∼14%에 그쳤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미국시장으로 자금이탈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배런스는 지난주(5∼11일)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 자금이탈 규모가 5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하는 등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가 금융시장에서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채권금리 상승과 증시 하락 등 향후 금융시장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 적립금을 대폭 확대해 장기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연준이 직전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한국에서는 20조원이 넘는 금액이 빠져나갔다.
한국은행 국제수지표에 따르면 2004년 5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주식시장에서 유출된 자금규모가 175억2천달러(약 20조2천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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