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집에 울고 웃는 프로기사들
바둑에서 반집은 존재하지 않는 숫자이다. 다만 무승부의 폐단을 막기 위해 1930년대 일본 본인방전 바둑대회에서 처음으로 반집 개념을 도입하여 제도화시킨 것이 현재까지 유래되고 있는 것이다.
흑백 간에 대등한 승부를 벌인다면 먼저 반상에 선점하는 쪽이 언제나 유리하다. 그 선점효과를 집으로 환산하여 백에게 6집반을 공제하여 준다. 반집이 있으면 비기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7집을 흑이 이기면 반집 이기는 것이 되고 6집을 이기면 반집 지게되는 것이다. 이것이 반집의 차이다.
본래는 선점의 효과를 4집반이라고 했는데 요즈음 국제대회에서는 6집반이 공식화가 되었다. 근대바둑의 초창기 시절에는 반집 승부는 한낮 운으로 취급되었으나 요즈음은 정밀한 끝내기가 보편화되고 집수를 계산하는 방법이 발달하였다. 프로기사들은 중반에 들어서면 어느 정도 정확한 계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창호 9단에게는 반집으로 이긴 대국이 많다. 그래서 신산(神算)이라는 별명이 하나 더 붙었나 보다.
-운(運)과 실력
승부대결이 반집으로 지면 너무 허망하다. 지금 유리한 국면인지 불리한 국면인지 시합 중에는 단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끝내기를 해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결승 대국에서 반집으로 패한 기사들은 너무나 분하고 안타까워 밤에 잠을 못 이룬다고 한다. 존재하지도 않은 반집으로 승패가 갈려 영광의 뒤안길로 밀려났다면 매우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반집패를 실력부족으로 받아들이기는 억울한 면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지나온 과정을 살펴보면 반집으로 질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반집의 승부사 이창호 9단은 말한다. 그러기에 반집도 실력이라고 그는 말하는 것이다.
우리네 삶도 한판의 바둑이라면 살아가면서 끊임없는 계가가 필요하다. 유리한 형세가 보이면 마지막 끝내기를 잘 이끌어 진정한 삶의 승리자가 되기를 누구나 원할 테니까 말이다.
바둑은 복기(復碁)를 해볼 수가 있다. 그동안 바둑판위에 있었던 지난 과정을 뒤돌아보고 실패와 성공을 다시 검토 해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면 된다.
허지만 사람의 인생이란 복기가 불가능하다. 한번뿐인 삶이니까. 그러니 아직 끝나기 전 지금 이라도 계가(計家)를 해볼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가 행복한 사람이라면 진정한 삶의 승리자가 될 것 같다.
choi1581@daum.net
풍운재 최환정(Charles Choi)
미국바둑협회(AGA) 공인 7단
워싱턴바둑동호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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