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방학 대비 탐색, 봄방학에
▶ 맛보기식으로 강남학원 보내, 주입식교육 폐해*•적응 우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봄방학을 맞아 한국의 강남으로 원정 SAT(대학입학자격시험) 수강을 떠나는 고등학생들이 있어 한인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우스베이에 거주하는 A군은 이번 주말 봄 방학 2주 동안 한국에 간다.
할아버지, 할머니 등 친척을 만나러 가는 즐거운 여행길이 아닌 강남에 있는 학원에서 SAT를 배우기 위한 ‘역 유학길’ 이다. A군의 부모는 “한국의 입시교육 자체가 고득점 위주로 집중돼 있다”며 “그런 면에서는 단기적으로 성적이 오르는 성과를 본 지인들이 주변에서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의 대입시험인 SAT를 배우기 위해 오히려 한국으로 가는 한인 수험생들이 늘고 있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SAT 학원이 몰려 있는 강남의 경우 평균 한 주에 60만원대의 수험료를 내야한다. 이 정도 수험료는 SAT 학원의 일반 수준에 불과하다. 5-6명을 데리고 하는 소수정예의 경우 일주일에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면서 이들 학원은 짧은 시간 내에 집중적인 족집게 교육을 통해 SAT 고득점을 맞게 해주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여기에 3월부터 실시된 새로운 형태의 SAT 시행으로 불안감이 커진 수험생과 학부모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연년생 자녀를 둔 B씨는 “이번 봄방학에 맛보기 식으로 자녀를 한국 SAT 학원에 보내려 한다”며 “두 달 정도만 있으면 여름방학인데 미리 다닐 학원 몇 군데를 직접 수강하며 잘하는 학원을 찜해 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명문대에 가기 위해선 기출문제 위주로 가르치는 한국식 수업을 듣는 편이 훨씬 유리하단 판단 때문”이라며 “한국에서 SAT 공부를 2~3개월간 하는 게 미국에서 1년 하는 것보다 낫다는 인식이 적잖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초동의 한 SAT 학원은 한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SAT 특강 등을 듣기 위해 방학에 한국을 찾는 교포들이 있었다”면서 “영어로 SAT를 가르치는 우리학원 영어수업반에도 15명 중 절반가량이 이민자녀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로 최신 기출문제 등을 접할 수 있단 이유로 대치동으로 많이 몰린다는 것. 학원 관계자는 이곳에 오는 교포학생의 경우 한국식 교육을 받고 자라 여기에 익숙한 교포 1세 자녀들이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이같이 SAT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행’을 결정하는 상황에 대해 10학년 딸을 둔 한 어머니는 “암기만 잘한다고 명문대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들이 무슨 외우는 기계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고개를 저었다.
한편 한국의 단기 SAT 학원의 경우 수험료가 비싼 만큼 수업 강도도 높다. 작년 한국에서 학원을 다니다 중도 포기한 C모군은 “주로 오전 8시30분에 시작해 오후 4~5시까지 쉬지 않고 수업을 받았다”면서 “주입식 교육에 익숙지 않은데다 암기만 하라고 해 미국과 너무 다른 교육방식에 적응하기가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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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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