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만에 연극에 복귀
▶ 9가지 에피소드 중 3가지 역 맡아 열연

류현경.
배우 류현경(33)은 일상의 마법같은 순간을 믿는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물건을 다시 찾는 경우도 그런 순간이다. "사소한 것에서 감동을 많이받는다"며 싱긋 웃었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에 매료된 이유다. 미국의 인기 TV 시리즈물인 '로&오더'의 배우 존 카리아니가 작가로서첫 발을 내디딘 작품으로 메인 주 북쪽 오지에 있는 상상 속의 조그만 마을 '올모스트'가 배경이다.
한겨울 금요일 밤 9시 아홉 커플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사랑이야기로 10분 안팎의 에피소드마다 마지막에는 오로라가 등장한다. 사랑을 예고하는빛이기도 하고, 죄책감을 덜어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마법 같은 순간이다.
'올모스트 메인'을 통해 2년 만에 연극에 복귀하는 류현경은 “'올 모스트 메인'의 에피소드들에서 오로라가 피어나는 순간은 일상에서 갑자기 찾아오는 판타지"라며 "연극에서만 표현할수 있는 장치라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9가지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연극인 '올 머스트 메인'에서는 3가지 역을맡는다. 에피소드 1인 '허 하트'의 심장을가지고 다니는 ‘글로리', 에피소드 2인 ‘새드 & 글래드'에서 발랄하고 유쾌한 웨이트리스, 에피소드 6인 ‘웨이 잇 웬트'에서 권태기에 접어든 남편에게 무정함을 느끼는 '마시'를 연기한다.
글로리는 류현경이 ‘올 모스트 메인'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다. ‘존 말코비치 되기'의 감독 찰리 카우프먼의 영화처럼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마법을 부리는 걸 좋아하는데 '허하트'가 그렇다. 글로리는 자신의 남편이 죽고 난 뒤 심장이 깨져, 그것을조각째 들고 다닌다.
"사실 누구의 일상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별하다. 하지만 일상이라는말 안에 삶을 가둬놓으면 잘 보이지않는 부분들이 있다. 허' 하트'는 그런부분에서 재미를 느꼈다. 그런데 대본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어렵더라. 호호. 은유, 중의적인 표현이 많고.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잘 표현하고 싶다."글로리는 엄밀히 말하면 자신의 책임이 아닌 남편의 죽음을 자책하는인물이다. "진짜 순수한 사람이다. 그러니 온전히 그를 떠나보내고 싶은마음에 오로라를 찾아 떠난다."
웨이트리스는 글로리와 성격이 상반된다. 퍼브의 웨이트리스로 몸과 생각, 마음에 발랄함과 상큼함을 머금고있다. 한국어로 번역이 됐어도 영어 특유의 과장된 억양을 써야 한다. "한국적인 뉘앙스와 표현으로 하면 분위기가 살지 않더라. 내게는 가장 어려운캐릭터"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마시는 반면 안타까움을 사는 인물이다. 꽁꽁 언 연못에 스케이트를 타러 온 부부는 계속해서 어긋나기만한다.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서로를 잘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잘 몰랐던거지. 물론 가까운 사이더라도 그 사람의 감정을 세밀하게 알기는 힘들다.
그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 안타까운순간이 된다. 많은 분들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다."
'올모스트 메인'을 통해서는 "내가생각보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는걸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전에는 몰랐다. 낯도 안 가리고 털털한데 연습을 하면서 부끄러워 하고 있더라. 특히 웨이트리스."
류현경은 그간의 출연작에서도 평범함 속에 숨겨진 특별한 면모를 찾아왔다. 영화 '제보자'에서 남편의 내부 고발을 놓고 진실과 아픈 딸 사이에서 고민하는 ‘김미현', 드라마 ‘더 러버'에서 평범한 3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인터넷 신문 수습기자 '류두리' 등이 그랬다.
"평범해보이는 걸 연기를 하더라도그 순간은 다이내믹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면서 "그런 연기에만 기대는것은 아니지만 그러면 일상이 새롭게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올모스트 메인'의 마법 같은 순간이 그녀로 인해 역동성을 더할 것이라는 믿음이 들 수밖에 없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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