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출신 미국 대학생이 미국 비행기 기내에서 아랍어로 전화통화를 했다가, 탑승을 거부 당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 재학 중인 A씨가 지난 6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행 국내선 여객기를 탔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사우스웨스트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A씨는 이라크 바그다드에 사는 삼촌과 기내에서 아랍어로 전화통화를 했다.
삼촌에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연설했던 행사에 자신이 참석했으며, 행사가 어떠했는지를 자랑삼아 얘기했다.
그러나 A씨가 "착륙하면 다시 전화하겠다"며 '인샬라'라는 인사말과 함께 전화를 끊는 순간, 앞자리의 여성 승객이 그를 힐끗 뒤 돌아보더니 승무원들에게 다가가 "위험스러운 발언을 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며 신고를 했다.
곧이어 아랍어를 하는 항공사 직원이 나타났고, A씨는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다.
"왜 기내에서 아랍어로 말을 했느냐"는 이 직원의 질문에 A씨가 "이런 게 바로 이슬람 공포증"이라고 대꾸하자, 이 직원은 화를 내면서 "이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이어 여객터미널에서 경찰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색을 당했고, 연방수사국(FBI) 요원 3명에 의해 공항의 다른 방에서 가족 관계에 관한 조사를 받았다.
기내에서 신고한 여성이 자신에 대해 "아랍어로 '순교'라는 말을 썼다"고 주장한 것도 이 과정에서 알게 됐다.
조사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되지 않자 수사관들은 A씨가 다른 비행기로 오클랜드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했다.
A씨의 아버지는 사담 후세인 정권에서 탄압을 당했던 외교관 출신으로, A씨의 일가족은 2010년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왔다.
미국 이슬람관계위원회(CAIR) 관계자는 무슬림이 미국 비행기 기내에서 강제로 내린 유사한 사례가 올들어 6건 있었다면서 "여행 중인 무슬림이 갈수록 더 주시를 당하고 곤경에 처하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유감을 나타내면서 "우리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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