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핵심 '자금줄'인 찰스(80)·데이비드(75) 콕 형제가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형인 찰스 콕은 24일(현지시간) ABC 방송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 집권 기간을 비교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클린턴 정부가 부시 정부보다 낫다"면서 "정부의 크기와 지출 증가 측면에서 본다면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보다 2.5배나 더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이 공화당의 지금 경선 주자들보다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두 차례나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할 것이냐는 돌직구 질문에도 단정적 언급을 하지는 않았으나 "(그렇게 되려면) 클린턴 전 장관의 행동이 지금의 말들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우리가 믿어야 하게 될 것이다. (일단) 그런 식으로만 말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억만장자 석유재벌인 콕 형제는 그동안 '작은 정부론'을 주창하면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비롯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복지확대 정책을 앞장서 비판해 왔다.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진영에 8억8천900만 달러(약 1조165억 원)를 쏟아붓겠다고 공언한 콕 형제가 본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할 경우 공화당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콕 형제는 앞서 지난해 8월에도 캘리포니아 주(州) 다나포인트의 호화리조트에서 공화당을 위한 연례 기부모임 행사를 주최했으며, 이 자리에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과 더불어 경선에서 도중에 하차한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이런 콕 형제가 공화당에 마음에 식은 것은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각종 막말과 기행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앞서 연례 기부모임 행사에도 트럼프를 초청하지 않았다.

찰스 콕은 또 이날 인터뷰에서 국가안보를 거론하며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상이 독일 나치정권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ABC 방송은 콕 형제가 트럼프뿐만 아니라 크루즈 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3인이 벌이는 지금의 볼썽사나운 경선판에 화가 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콕 형제가 지지 가능성을 언급한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후과학(기후변화 가설과 대응 필요성)을 불신하고 사람들이 투표하는 것을 더 힘들게 하려는 사람들의 지지에는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