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이’로 사랑받은 안재홍(30)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는지 않는다. 영화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영화 ‘족구왕’(2014)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족구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복학생를 연기한 그는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것을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고 좋아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애를 썼다.
개성시대라지만 배우를 하기에는 평범한 외모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한그는 내일을 심히 걱정하지 않고 그저 마음의 소리를 따라 뚜벅뚜벅 걸어와 지금에 이르렀다.
영화 ‘위대한 소원’(감독 남대중) 개봉을 앞두고 만난 안재홍은 TV나 영화 속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달변가도, 수다쟁이도 아니었다. 다소 어눌하면서 담백하게 이어지는 말속에 위트가 묻어났다.
학창시절 그는 “적당히 까부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크게 사고치지도 않았고 얌전히 책상에 앉아있지만 딴 생각하는, 공부를 했지만 잘하지는 않았다.”
어릴 적부터 좋아한 건 영화보기다. 비디오대여점에서 최신작을 다 빌려봤다. 반납하기 전에 되감아 다시 한 번 보는 게 예사였다.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에 영화학과를 지원했지만 그때만 해도 연기를 할지 몰랐다. “입학해서 친구들과 단편을 만들고 무대에 연극을 올리면서 즐겁다는 감정을 처음 느꼈다. 그는 2005년 건국대 영화학과 연기전공으로 입학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상경하기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살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그곳에서 꿈하나를 품었다. “내가 출연한 영화를 튼 뒤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소박한 듯 쉽지 않은 그 꿈은 2012년에 이미 이뤘다.
첫 주연한 독립 장편영화 ‘1999, 면회’(감독 김태곤)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이다. “그때를 잊을 수 없다.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이 영화로 같이 주연한 두 동료와 나란히 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후에는 막연히 상상해온 것을 현실로 만들었다. 바로 대중이 연기자 안재홍을 알아봐주는 것이다. 연기자라면 누구나 마음에 품었을 꿈이다. “ ‘응팔’이후 가장 큰 변화다. 마트에서 아줌마들이 특히 반가워해준다. 기분이 좋다. 불편한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오랫동안 막연히 상상하던 일이이뤄져서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위대한 소원’은 드라마로 뜨기 전에 찍었다. ‘응팔’이후 공개되는 첫 주연영화다. 안재홍이 연기한 갑덕은 불치병에 걸려 죽게 생긴 친구 고환(류덕환)를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한다. 그 중 하나가 자위해주는 장면이다. 촬영 비화를 묻자 무덤덤하게 “딱히 기억하고 싶지 않다. 지워버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억지로웃기지 않는데 은근히 웃긴 ‘정봉’이가 겹쳐졌다. “덕환이도 어색해했다. 서로 눈을 못 쳐다봤다. 덕환이가 살색팬티를 입고 찍었다.”
안재홍은 28일 개막하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감독 자격으로 참석한다. 단편 ‘검은돼지’가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 초청받아서다. 시나리오를 직접쓰고 메가폰도 잡았다.
어떤 내용일까? “겨울에 흑백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다”는 말로 영화를 소개했다. “자장면을 좋아한다. 자장면 먹는 장면을 보면 가장 군침이 돌더라. 근데 자장면이 까만색인데, 이걸 흑백으로 찍으면 어떨까, 그런 상상에서 시작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단편을 찍었던 기억이 너무 좋아 졸업 후에도 친구들과 함께2편 더 찍었다. 그렇다고 연출에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단편은 마음 맞는친구 4명이 차 한 대를 빌려서 그곳에 딱 들어가는 만큼만 장비를 빌려 찍었다.
“전주영화제에 초청돼 친구들의 노고에 보답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오늘을 즐겁게 사는 연기자, 그 이름 안재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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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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