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출신 등 몰려오자 “투어 망친다, 영어시험’ 등 한때 인종차별 시각
▶ 되레 고사위기 살려내
아시안이 LPGA를 망친다고? 천만에.
지난 2003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 출신 원로 골퍼 잰 스티븐슨(호주)은 “아시아 선수들이 LPGA 투어를 망치고 있다”는 인종차별적 폭탄발언을 해 큰 물의를 빚었다.
스티븐슨은 당시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마지못해 사과했지만 LPGA 투어에서 비영어권, 특히 아시아 선수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이 엄존한다는 불편한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아시아 선수에 대한 차별논란은 2008년 LPGA 투어가 비영어권 출신 선수를 대상으로 영어시험을 치러 불합격하면 투어대회 출전을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다시 한 번 불거졌다. 거센 반발로 결국 영어시험 방안은 백지화됐지만,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널리 확산하는 기폭제가 된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LPGA 투어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우승을 휩쓰는 바람에 미국에서 점점 인기를 잃어간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올 시즌 들어 12개 대회 가운데 5개는 한국 선수가 차지했고, 한인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2개를 우승했다. 일본 국적의 노무라 하루도 우승컵 2개를 챙겼다. 또 한국인 부모를 둔 이민지(호주), 그리고 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이 각각 1승씩 챙겼다. 12개 대회 가운데 11개 대회 우승자가 아시안 핏줄인 셈이다.
스티븐슨의 주장이 맞는다면 아시아 출신 우승자가 훨씬 많아진 지금 LPGA 투어는 망했어야 한다. 하지만 LPGA 투어는 오히려 더 발전하는 중으로, LPGA는 아시아 선수들이 구세주가 되고 있다는 게 정확한 분석이라는 지적이다.
LPGA 투어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2008년 이후 고사위기에 빠진 LPGA 투어를 구해낸 것은 해외로 눈을 돌린 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완 커미셔너가 말한 ‘해외’는 아시아 지역과 아시아 기업이다.
완 커미셔너는 “과거에는 아시아 선수에 대해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등 불만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아시아에서 건너온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LPGA 투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리고 아시아 선수들이 영어에 서투르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박인비(28), 최나연(29), 유소연(26) 등은 모두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에 응하고 프로암 파트너와 대화한다. 주니어 때 미국에 유학하거나 미리 영어를 익힌 뒤 미국에 건너오는 선수가 부쩍 늘었다.
13년 전 스티븐슨의 ‘저주’는 완전히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 선수가 LPGA 투어를 망친 게 아니라 아시아가 LPGA 투어를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게 지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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