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전, 1977년 5월이었다. 남가주 기독교 가정윤리위원회와 한국일보사 공동후원으로 가정 건강화 표어를 모집했다. 60년대부터 이민 오기 시작한 한인가정들이 정착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몸살을 앓던 시절이었다. 가정문제 곧 부부문제, 자녀문제, 가정경제문제, 도난과 강도피해들이 여러 형태로 폭발되고 있었다. 특히 아내 폭행, 자녀구타, 총격살해 등 충격적 사건이 연속해서 터지던 시절이었다.
그런 문제들을 막아보자는 방안의 하나로 표어를 모집하게 되었다. 그래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 바로 “가정밖에 낙원 없다, 잘 가꾸어 행복 찾자” 였다. 우리 부부의 작품이었다.
상품으로 텔레비전 한 대를 받아서 이민생활에 요긴하게 사용했다. 비록 흑백 TV였지만 이것을 볼 때마다 우리 가정이 낙원이 되도록 잘 가꾸어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 게다가 한국일보에서 그 몇 년이 지난 다음 우리 가정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 때는 세 자녀들이 모두 초등학생이라 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 가정의 가훈성구도 소개되었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이었다. 이웃 사랑은 가족 사랑을 포함했다. 가정을 튼튼한 사랑 센터로 만들자는 속뜻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 표어는 우리 부부에게 무거운 멍에가 되었다. 이 표어를 생각할 때마다 ‘그래 너희 가정이 지금 낙원 곧 기쁨센터이냐?’ 그런 양심의 소리가 들려 왔다.
개척교회 목회자여서 자녀교육 여건이 매우 나빴다.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여 학습활동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 목사 자녀들은 ‘작은 목사’ 라며 성도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도 부정적 요인이었다. 목회자에게는 가족과 함께 지낼 주말도 없었다.
아무튼 자녀들이 ‘학교는 감옥, 가정은 지옥’ 이라며 대들 때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 목사의 가정이 지옥 같다니 그 말은 곧 ‘가정밖에 낙원 없다’ 는 표어를 완전 무효화시키는 선언처럼 들렸다. 그리고 나의 목회에 대한 완패 판결문이었다.
충격이 큰 만큼 우리 부부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때부터 튼튼한 가정을 세우기 위한 작전을 수립했다. 기독교 방식으로 말하면 예배가 있는 가정, 기도가 있는 가정, 칭찬과 격려와 사랑의 대화가 있는 가정, 서로 섬기기를 기뻐하는 가정, 희망과 비전이 있는 목표 지향적 가정..... 그런 가정을 만들겠다는 작전이었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다. 첫 아이가 칼텍에 입학한 뒤 한국일보사에서 우수 입학생들을 불러 좌담회를 가졌다. ‘목사 자녀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부모님의 기도로 그릇된 길 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입학이 되었다’ 는 취지의 말을 했었다. 기사를 읽고 우리 부부의 눈에서 눈물이 좌르륵 흘러 내렸다. 첫째처럼 둘째 셋째 아이도 학교, 직장, 교회, 가정생활이 비교적 반듯했다.
이런 체험을 통하여 교회에서의 목회도 가정단위 사역에 강조점을 두었다. 5월이 가정의 달이기 때문에 첫째 주일은 어린이 주일, 둘째는 어머니 주일로 지켰다. 그리고 셋째 주일을 ‘아내의 주일’ 로 공표한 것은 유니온교회가 그 시작이었다. 그 날은 남편들이 부엌일을 해서 아내들을 대접하고 아내에게 감사편지도 썼다. 그러다가 여성지위가 너무(?) 향상되자 부부주일 그리고 여성주일로 확대했다. 아울러 15항목으로 된 ‘이상적 신앙가정의 표준’을 만들어 보급했다.
가정이 날로 황폐화하고 있다. ‘나홀로 가정’이 유행병처럼 번져간다. 동성부부가 여기저기에서 당당하게 쏟아져 나온다. 앞으로는 성매매와 복수결혼 합법화 운동도 일어날 것 같다. 그리고 또 있다. ‘알파 고’인지 인공지능인지가 가족의 일원으로 편입될 것 같다. 이런 현상들을 내다 보며 또 한 번 목청 높여 외친다. 가정밖에 낙원 없다, 잘 가꾸어 행복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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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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