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서 무기금수 전면해제 발표 주목…對중국 견제 포석
▶ 71년만에 원폭 투하지 방문…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방문 촉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역사적인'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27일까지 일주일간 베트남과 일본 방문으로 이어지는 이번 순방은 상징성이 자못 크다. 과거 '적국'으로서 전쟁까지 치렀던 역사의 상흔을 씻어내고 새롭게 관계를 재정립하는 이정표로서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방문은 20세기에 치러진 두 개의 전쟁에 따른 고통스러운 장(章)을 매듭짓는 목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재임 중 처음이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세 번째 방문인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10년 전쟁'으로 점철된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역내 질서유지를 놓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원폭 투하지인 일본 히로시마 방문이다. 1945년 8월 원폭투하 이후 71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이 피폭지를 방문하는 것이다.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이니셔티브의 화룡점정을 찍으면서 한국인들을 포함한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 베트남 무기금수 전면해제 발표 주목…對중국 견제 카드 = 23∼25일 베트남을 찾는 오바마 대통령은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쩐 다이 꽝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등 베트남 지도자들과 만나 안보와 경제를 주제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2000년 11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16년 만으로, 지난해 7월 '최고 실력자'인 쫑 서기장이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을 공식 초청한데 따른 것이다.
미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것은 1995년이지만 이번 방문은 양국의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역내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양국의 동반자 관계가 한층 내실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미국이 1984년부터 적용해온 대(對) 베트남 무기금수 조치를 전면 해제할지 여부다.
미국은 1995년 수교 이후 살상 능력이 없는 무기에 한해 수출금지를 해제했고 2014년 10월에는 P-3C 초계기 등 해양안보와 관련한 일부 살상무기에 한해 금수조치를 풀었으나 첨단 군사장비의 판매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무기금수 전면 해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하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 남중국해를 무대로 군사적 패권 확장을 기도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분쟁의 당사국이자 동남아의 맹주인 베트남의 도움이 절실하고 그러려면 베트남이 희망하는 무기금수 전면 해제를 허용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베트남의 인권 상황을 문제삼으며 전면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이 같은 '전략적 목적' 하에 전면 해제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11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문을 통해 베트남에 막대한 지원과 경제협력을 약속해놓은 상태여서 미국이 베트남을 확실히 껴안으려면 '큰 선물'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이 베트남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일부 반체제인사들을 석방시키며 인권 문제에서 유화적 제스처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이번 방문 기간 미국으로부터 무기금수 전면해제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해 있고 오는 7월 국회에 비준동의안도 제출할 예정이어서 이 문제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71년 만의 히로시마 방문…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찾을까 =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오후 일본 이세시마에 도착해 이튿날 오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G7 정상회의에서는 에너지와 기후변화, 개발 문제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원폭 투하지인 히로시마 방문이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27일 오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연설하고 헌화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신의 방문이 임기 내내 추진해온 '핵무기 없는 세상' 이니셔티브를 완성하는 의미를 갖는 것임을 강조하되,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로 비쳐질 수 있는 언행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한국인을 포함해 무고한 희생자를 기린다는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 내놓을지 주목된다.
주목할 대목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측이 희망하는 대로 공원 안에 있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할 지 여부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부보좌관은 19일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헌화한 후 짧은 투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 때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헌화 일정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모든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현장에서 어떻게 결정할 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현장에서 일본인 피폭자와 즉석 대화 등 만남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